드디어 2년여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라졌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지역 축제를 아예 열지 못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던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오프라인 축제를 재개하면서 지역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4~5월 전국 축제 현황을 보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지역 축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은 해소된 것일까? (사)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김종원 이사장을 만나 보았다.

- 지금 전국적으로 축제 열풍이 불고 있다. 어떻게 관망하는가?

“지난달 20일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20일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300인 이상이 참여하는 축제를 대상으로 시행해온 지역 축제 심의·승인 제도운영을 잠정 중단한다. 다만 안전 점검과 함께 기본방역 준수를 위한 안내·계도 위주의 방역 관리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축제 심의·승인 제도가 잠정적으로 사라지면서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앞다퉈서 축제를 다시 시작하고 있는데 축제가 재개됐다는 측면에서는 일단 고무적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전국 최대 규모 꽃 박람회인 ‘2022 고양 국제꽃박람회 화훼산업 대전’이 3년 만에 개최되면서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콰도르 등 총 10국, 100여 업체가 참가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이번 축제를 통해 침체한 화훼업계가 기대한 만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함평 나비 대축제’ ‘기장 멸치 축제’ ‘문경 찻사발 축제’ 등이 재개되면서 각 지자체와 지역 상인들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역주민에게는 어떤 효과 있을지 미지수다.”

- 봇물 터진 2022년 지역 축제 성공 전략은?

“주민 참여와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특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 지역 축제는 지자체와 지역 상인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우선 먼저 주민 행복과 자긍심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게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이다. 킬러콘텐츠가 없으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주민 참여가 없으면 지역 내 반발이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축제 지속 동력을 잃게 된다. 코로나19 이전 지역 축제가 뭇매를 맞았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주민이 중심축이 되어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을 고유 콘텐츠를 창출해서 찾아오는 방문객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야 다시 찾고 싶은 축제가 된다. 그래서 총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 이미 지역 축제 봇물은 터졌다. 축제가 성공으로 가는 물꼬를 제대로 내야만 지자체, 지역 상인, 주민이 함께 상생할 수 있다.”

- 킬러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축제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과 축제추진위원을 만나면 가장 많이 받는 요구 사항 중 하나가 ‘우리 축제의 킬러콘텐츠를 빨리 달라’거나 ‘킬러콘텐츠를 단시간 내에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런 요구를 받으면 상당히 곤혹스럽다. 킬러콘텐츠는 한순간에 나오는 게 아니다.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환경, 주민의 정서, 지역에 구전되는 설화 등 축제에 담을 만한 요소들을 모두 파악한 뒤 현재를 사는 도시인. 방문객이 가장 좋아할 만한 원천소스를 뽑아내서 스토리텔링을 한 후 축제 주제를 도출한 다음 거기에 맞는 컨셉을 잡아 킬러콘텐츠를 만든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위해서는 총감독 위촉이 먼저다. 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제대로 된 기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킬러콘텐츠는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는 나오지 않는다. 머리로 생각하며 발로 뛰고 손으로 만들어 내야 하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 ‘죽어가는 지역 축제를 살려낸 총감독’ ‘축제 성공 보증수표 황금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인정하는지?

“인정한다. 기자들이 축제 현장을 보고 붙여 준 수식어인데 기자들 보는 눈은 정확하다. 기자들이 현장에 와서 방문객의 동향을 먼저 파악한다. 어떤 가수가 왔는지 어떤 유명인이 무대에 올랐는지는 그들에게 중요치 않다. 다른 지역 축제에서는 볼 수 없는 한 방의 킬러콘텐츠가 뭔지, 주요 프로그램에 방문객이 얼마나 호응하고 즐거워하는지, 축제 현장에서 어떤 감동을 채워가는지, 축제로 인한 기대효과는 얼마나 큰지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기사를 쓴다. 나는 총감독 메가폰을 잡으면 축제에만 몰입이 돼서 어느 언론사에서 어느 기자가 왔는지 신경을 안 쓴다. 나중에 기사가 나오고 나서 확인한다.”

- 지역 총감독 이력이 20년 차 정도 된다고 알고 있다. 대표적인 축제를 꼽는다면?

“그동안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역 축제 지휘봉을 잡았다. 지역 축제 총감독 김종원 이름이 지역 축제계에 떠오른 건 2007년 시작된 ‘노량진 도심 속 바닷축제’다. 노량진 도심 바닷속 축제장에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에어바운스를 설치했고 이곳에서 오징어와 광어 등 살아 있는 어류를 맨손으로 잡도록 했다. 서울 도심 최초의 물고기 잡기 체험을 접목하니 순식간에 입소문이 났다. 첫해 방문객은 2만 명이었다. 처음은 미약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2008년 8만명, 2009년 20만 명으로 방문객이 급증해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대표적 축제로 명성을 떨쳤다.

그리고 내 지역 축제 인생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 건 2013년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다. 이때 새우젓을 실은 황포돛배가 마포 나루터에 입항하는 전통을 재현했다. 그야말로 킬러콘텐츠인 셈인데 시민들의 관심이 어마어마했다. 전통문화 재현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시민의 반응이 언론이 움직였다. 이 여세를 몰아 그다음 해에는 몽골 텐트를 지양하고 편백 나무를 활용한 전통 목재 부스를 설치했다. ‘도심에서 만나는 편백 나무숲’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마포구의 위상을 한껏 올려줬다. 이후 2017년까지 축제 총감독을 맡았는데 2017년 방문객 수 67만여 명을 기록, 이 덕분에 ‘최다 관객 동원 미다스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김종원 총감독 이력 중 가장 위에 놓고 싶은 건 <귀주대첩 1,000주년 강감찬 축제>다. 강감찬 장군 귀주대첩 승전 1000주년을 기념한 2019 관악 강감찬 축제는 총감독 공모에서 출발했다. 생전 처음으로 총감독 공모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최종 1인으로 선정됐다. 제안서는 세세한 콘텐츠를 모두 담지 않았다. 킬러콘텐츠는 총감독으로 위촉된 후에 만들어 나갔다. 관악구와 협의는 하되 김종원의 색깔이 담긴 콘텐츠를 앞세운 덕분에 축제는 대성공이었다.

서울 낙성대 공원에 고려촌(村)을 조성했고, 강감찬 축제가 대한민국 대표축제가 되도록 전국 강감찬 가요제를 개최했다. 또 귀주대첩 승전 1000주년에 착안 1,000인 합창단 공연을 미디어 파사드와 함께 진행 대성공을 이뤄냈다. 서울 도심 축제 최초 진기록을 많이 세워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면 가슴이 뛴다.

- 코로나19로 지역 축제가 멈춰 섰을 때 농촌 살리기에 앞장선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도 완판’ 콘텐츠 앞으로도 유지할 생각인지?

“당연히 계속할 생각이다. 지역 축제와는 별개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진행되어야 지자체, 농민이 살고, 소비자도 좋은 농수축산물을 식탁에 올릴 수 있다. 2020년 초봄에 유튜브 채널 국민 안내양 TV <무엇이든 팔아드립니다> 콘텐츠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하면 눈물겹다.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전국 지역 축제가 전면 멈춰서고 학교 급식, 기내식도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전국 각지에서 자식처럼 키운 농수산물을 갈아엎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2020년 3월 개학과 동시에 교문이 닫히니 고 학교 급식 납품 농수축산물 농가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 안내양 가수 김정연이 홍보대사로 있는 함양군 사과 농가부터 돕기로 하고 국민 안내양 가수 김정연과 함께 ‘무엇이든지 팔아드립다’를 무작정 출발시켰다. 농민에게는 웃음을, 지자체에는 활기를, 소비자에게는 품질 좋은 농산물을 안겨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대박이 났다. 3월 초 시작한 유튜브 채널 국민 안내양 TV <무엇이든 팔아드립니다>가 호응을 얻자 방송사들도 앞다퉈서 농촌 상생 프로그램을 방송했고 진행자 가수 김정연이 농촌의 삶을 바꾸는 영향력 있는 인플러언서로 선정됐다.

‘무엇이든지 팔아드립다’는 판매 컨셉이지만 100% 홍보다. 그래서 생산자와 소비자, 지자체가 ‘국민 안내양 TV’를 신뢰한 거다. 2020년 4월 전남도청에서 위탁 운영 중인 농수축산물 온라인 쇼핑몰 <남도 장터>를 통째로 팔았는데 이 또한 대박이었다. 전남도청과 남도 장터가 국내 유수의 브랜드상을 휩쓸었고 남도 장터 매출도 급신장했다.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오자 <오늘도 완판>이라는 킬러 컨텐츠로 새 단장 하고 전국 각지 제철 농산물을 시원하게 완판 시켰다. 이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된 만큼 <무엇이든지 팔아드립니다 &#8211; 오늘도 완판>은 지자체의 지원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갈 예정이다.”

-새 정부에 축제 관련해서 특별히 바라는 점과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면?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지역문화는 누가 뭐래도 K-한류 문화의 DNA이다. 이를 전제로 한 발전 방향을 제시해보겠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지역 축제가 하루 2,4개가 열린다는 통계가 나왔다. 2019년 기준 이틀 이상의 문화관광축제는 연간 884개가 계획되어 있었다. 여기에 크고 작은 행사ㆍ축제까지 합치면 1만5000여건이다. 그런데 뚜렷이 각인된 축제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차별화된 킬러콘텐츠가 없으니 거의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었다. 당시에 이에 대한 각성이 부족했다. 지역 축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던 2019년 이전을 되짚어 보면 콘텐츠 베끼기 일색이었다. 그래서 전국 모든 지역 축제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지역 축제가 살아남으려면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먼저 축제를 바라보는 국민 의식이 많이 높아졌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떤 축제가 좋은지 나쁜지 전문가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 지역문화의 가치와 잠재력을 알리는데 지역 축제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 이점을 놓고 지역 축제 발전 방향을 제시해보겠는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방문객의 니즈를 면밀히 계산한 콘텐츠 개발과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또 지역 축제를 지자체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해마다 우수축제 대표축제 등을 선정해서 중앙정부가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서 줄서기 역효과가 초래되고 있다. ‘지역주민이 행복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며 관광객이 행복한’ 지역 축제를 위해서 중앙정부, 지방정부, 축제 전문가가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축제 콘텐츠 보호다. 축제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가 안되다 보니 축제 총감독으로 위촉되지 않은 이상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가 없다.”

- (사)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으로서의 향후 계획은?

“사단법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발족 취지가 축제산업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와 축제문화 발전이다. 2022년부터는 축제산업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협회가 발 벗고 나설 것이다. 회원들의 목소리를 더 제대로 듣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에 안전망을 요구할 생각이다. 아울러 콘텐츠 개발과 실행에 주력하겠다. 축제 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연구 활동 및 지원 활동, 관련 단체와의 정보교류·협력 사업, 연수회 개최 및 서적발간 활동, 축제 전문인력 양성 지원 및 축제 관련 일자리 창출 제공 활동, 축제 콘텐츠 구현 문화예술인 양성 및 무대발굴 지원 활동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최근 ‘JY 미디어’와 ‘J스토리 한국방송제작사’가 발전적으로 통합해 새로운 둥지로 이전했다. 축제 기획과 연출, 지자체 홍보 기획과 영상 제작 등이 주된 사업 분야다. (사)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와 더불어 대한민국 축제 발전에 마중물이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