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축하해주세요.”

이청용(34·울산)은 아끼는 후배 손흥민(30·토트넘)의 아시아 출신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소식에 깜짝 놀랐다. 그는 최근 손흥민의 몰아치기 골 사냥에 기대는 품고 있었지만, 정말 골든 부트(득점왕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되자 미소를 지었다.

이청용은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일”이라며 “유럽에선 인정을 받고, 자리잡는 것도 벅차다. 그런 곳에서 매 시즌 20골 가까이 넣었던 흥민이가 이번에는 EPL에서만 23골을 넣었다. 많은 분들이 축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 팬들은 물론이고, 축구 쪽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상상도 못한 일이 현실이 됐다. 차범근 감독님 이후로 이런 선수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청용은 앞으로 유럽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손흥민 같은 선수가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면서 “(손)흥민이 뿐만 아니라 (황)희찬이도 평가를 높인다. 두 후배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게 너무 고맙다”고 강조했다.

이청용이 후배 손흥민이 쌓고 있는 업적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EPL 볼턴 원더러스에 입단해 7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된 그는 첫해 5골 7도움을 올리며 안착했다. 승승장구하던 이청용은 2011년 7월 프리시즌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에 정강이뼈가 부러진 뒤 적잖은 굴곡을 겪었다. 그럼에도 이청용은 2018년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떠날 때까지 숱한 한국 축구 유망주들의 롤모델로 불렸다.

4살 터울의 손흥민 역시 이청용이 FC서울에서 뛰던 시절 유스팀인 동북고에서 볼보이로 바라보며 프로 선수로 꿈을 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청용은 “과거 내가 뛰는 걸 보면서 자란 선수들이 지금 프로 선수가 되고 있다면, 앞으로는 (손)흥민이 키드가 나올 것”이라며 “그래야 한국 축구의 미래가 더 밝아진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