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마지막 모의고사는 골 폭죽이 쏟아진 축제로 끝났다. 사실상 2군으로 나선 이집트를 상대로 2022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하는 6월 A매치(축구 국가대항전) 4연전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53)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프리카 강호 이집트와 평가전에서 황의조(보르도)와 김영권(울산), 조규성, 권창훈(이상 김천)의 연속골을 묶어 4-1로 대파했다.

앞서 한국은 월드컵 첫 상대 우루과이를 겨냥해 브라질(1-5 패)과 칠레(2-0 승), 파라과이(2-2 무)를 잇달아 상대했다. 또 다른 본선 라이벌 가나를 대비해 맞붙은 이집트전 승리로 4연전을 2승1무1패로 끝냈다. 이집트와 상대 전적은 6승7무5패가 됐다. 한국이 이집트에 마지막으로 승리한 것은 2001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LG컵 4개국 친선 대회(2-1 승)였다.

이날 벤투 감독이 준비한 승부수는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의 프리롤이었다. 포메이션은 숫자 놀음에 불과했다. 경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4-4-2 포메이션에서 투톱의 한 자리를 꿰찼던 그는 최전방을 고집하지 않고, 흐름에 따라 오르내리며 진두지휘했다. 손흥민의 발에 페인트를 묻혔다면 그라운드 전역을 물들였을 정도다.

손흥민의 발에서 팽팽한 균형도 깨졌다. 그는 전반 16분 오른쪽 측면 아래까지 내려섰는데, 그 자리에서 상대 진영으로 한 번에 넘긴 공이 김진수(전북)의 러닝 크로스를 거쳐 황의조의 헤딩 선제골이 됐다. 세트피스는 아니었지만 약속된 플레이였다.

손흥민 효과는 전반 22분 김영권의 추가골에서도 통했다. 코너킥 전담키커인 손흥민이 올린 공을 황의조가 머리로 흘린 뒤 김영권이 달려들면서 헤딩골로 연결했다. 선제골과 추가골 모두 손흥민의 공격 포인트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득점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내내 침묵했던 황의조도 브라질전 득점에 이어 이날 득점과 어시스트를 하나씩 기록해 자신감을 되찾았다. 황의조 대신 교체 투입된 조규성이 후반 40분, 권창훈이 45분 릴레이골까지 터뜨려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이날 상대인 이집트는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다. 카타르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2위 이집트는 이번 평가전에 손흥민과 나란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 모하메드 엘네니(아스널), 마흐무드 트레제게(바삭셰히르) 등 핵심 전력의 절반이 빠졌다. 이집트는 이 전력으로 지난 10일 FIFA 랭킹 140위 에티오피아에 0-2로 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집트를 완벽하게 압도하지 못했다. 손흥민이 내려오지 않으면 매끄럽지 않았던 후방 빌드업과 이틀 전 입국한 이집트를 압도하지 못한 팀 스피드 등이 숙제로 남았다. 김민재(페네르바체)의 빈 자리는 전반 38분 역습 상황에서 무스타파 무함마드(갈라타사라이)에게 만회골을 내주면서 다시 한 번 드러나기도 했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6월 A매치 4연전을 통해 한국의 장·단점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본다. 본선까지 남은 기간 빌드업 플레이의 보완과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한계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