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단단한 개인’ 등을 집필한 작가 이선옥이 배우 이엘을 비판했다.

이선옥은 14일 페이스북에 ‘이엘 사태로 보는 PC주의 운동의 특징’이라는 제목의 글로 “이엘의 행동은 ‘개념 없는 타인에게 일침을 가하는 정의로은 나’에 대한 과시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발언은 타인 직업 영역에 대한 존중이 없는 점에서도 문제”라며 “뮤지션과 스태프는 이 콘서트를 위해 큰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여 준비하고 이제 하나의 시즌상품이 돼 많은 이들이 이 콘서트를 기다린다”고 지적했다.

이선옥은 이엘을 PC주의자로 규정해 그에 대한 비판론을 이어나갔다. 그는 “이들은 개인적 불편함 발산에 공적 의제와 외피를 두른다. 예민하고 불만 많은 민중에서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개념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행동에는 선민의식, 엘리트의식, 주목에 대한 열방, 지적 욕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PC주의자들은 변화를 위한 행동보다 자신의 정의로움을 어필하는데 관심을 둔다. 이엘이 가뭄이라는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하는 실천은 ‘소셜미디어에 한마디 쓰기’”라며 “진정 변화와 해결을 바란다면 특정 콘서트를 겨냥한 ‘일침’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실천을 드러내 더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 행동을 만들어 내는 쪽을 택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스스로 인권감수성이 발달했다고 믿는 PC주의자들의 도덕적 우월감은 동료 시민을 손쉽게 혐오주의자로 낙인찍는 우를 범한다”며 “만일 이엘 영향력이 커 콘서트가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그 작업에 기대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삶은 타격을 입는다.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도 있으니 견디라고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엘은 가뭄일 때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서 살수차를 동원한다면, 이를 비난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가”라며 “많은 불행들 앞에서 그때마다 누군가의 중요한 직업 영역을 비난하는 것으로 변화와 정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가”라고 했다.

이선옥은 “PC주의 운동의 특징은 변화가 아니라 동요를 일으켜 자신의 정의로움을 과시하고, 동요 자체에서 오는 혼란을 정의라 여기며 결국 타인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권력을 가지는 것”이라며 “이엘이 그러한 권력을 얻으려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체로 선민의식, 엘리트의식, 주목에 대한 욕망, 지적 욕망 등을 가진 사람일수록 PC주의 운동 속성과 부합하기 때문에 곧잘 경도된다는 의미”라고 재차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가뭄은 가뭄대로 빨리 극복되기를 바라고, 워터밤 콘서트도 계획한 대로 잘 끝나서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공연계가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 대다수 시민들은 모두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며 “당신의 예민함이 곧 정의가 아니고, 당신의 불편함이 곧 불의의 근거도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이엘은 12일 트위터에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물을 이용한 콘서트도 일정을 예정했다. 이엘이 언급한 ‘워터밤 콘서트’는 관객과 아티스트가 팀을 이뤄 물싸움을 하는 축제다.

이엘은 최근 소양강 일대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물을 이용한 콘서트와 축제를 겨냥해 비판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엘의 비판을 두고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일자 이엘은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욕하고 싶다면 욕을 하라. 사람 생각은 다 다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선옥은 노동운동과 관련한 르포를 작성한 작가로 KTX 승무원 장기 파업 이야기를 담은 ‘그대, 혼자가 아니랍니다’로 2010년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다. ‘우먼스플레인’ ‘단단한 개인’ 등의 저서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