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김세훈 기자] 0-15 →15-15 → 21-20 → 21-23.

한국럭비대표팀이 사실상 유럽팀인 홍콩에게 석패하며 사상 첫 15인제 럭비월드컵 출전을 향한 꿈을 아쉽게 접었다.

한국(세계랭킹 30위)은 9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홍콩(22위)에 21-23으로 석패했다. 2002년 이후 20년 만에 통산 여섯번째 우승에 도전한 한국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며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럭비월드컵 최종예선 진출권을 챙기지 못했다. 한국은 홍콩과 역대 상대전적에서 19패째(15승)를 당했다.

짜릿한 역전승이 나올 뻔했다. 전반을 0-15로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괴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최성덕(상무)은 후반 5분 만에 트라이에 성공해 첫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전담 키커 오지명(포스코건설)의 페널티골 등으로 10-15으로 추격했다. 후반 24분 주장 김광민(한국전력)이 ‘차고 달리고 찍는’ 방식으로 트라이에 성공해 15-15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오지명의 페널티골로 18-15로 역전한 데 이어 다시 오지명의 페널티골 등으로 21-20으로 승리를 눈앞에 뒀다.

남은 시간은 1분 정도. 한국은 수비에 집중했고 홍콩은 마지막 힘을 쏟았다.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린 뒤 승부를 결정짓는 홍콩의 마지막 3점짜리 페널티킥만 남겼다. 홍콩이 골로 연결하면 홍콩 승, 못하면 한국 승. 경기장에서는 “대~한민국” 응원이 메아리쳤지만 승리의 신은 홍콩 손을 들어줬다. 그래도 경기장을 찾은 1000여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로 대어와 대등하게 맞서 작은 고추의 힘을 보여준 한국대표팀을 격려했다.

홍콩은 선수 거의 대부분 영국 귀화 선수로 구성됐다. 키과 몸집 모두 한국선수들보다 훨씬 컸다. 한국 주장 김광민은 “초반에 상대가 너무 강력하게 나오는 바람에 당황한 게 안타깝다”면서 “강한 팀과 맞설 기회를 앞으로 자주 갖는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찰리 로우 한국대표팀 감독은 “10년이나 늙은 느낌”이라며 “초반 작은 실수가 자주 나왔고 마지막 순간 어리석은 플레이가 나온 게 아쉽다”고 말했다. 로우 감독은 “그래도 선수들이 자기 몫을 다해줘서 너무 만족한다”며 “경험 차이로 근소하게 패한 경기가 우리가 한단계 더 발전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9월 남아공에서 열리는 7인제 럭비월드컵 출전을 준비한다.

대한럭비협회 최윤 회장은 “3년 전 우리가 홍콩에 3-60으로 대패했는데 지금 2점차로 패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평가전도 제대로 못했는데 잘 싸워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모레부터 7인제 월드컵에 대비한 훈련에 들어간다”며 “럭비가 인지스포츠에서 인기스포츠가 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