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태어난 ‘황금세대’들은 이제 리그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SSG 추신수는 팀의 정신적 지주다. SSG는 1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7-3으로 승리하며 전반기 1위를 확정지었다. 추신수는 이날 경기 전 선수단 단체 대화방에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오라”는 메시지를 남겨 팀의 사기를 북돋웠다. 덕분에 SSG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개막일부터 전반기까지 1위를 지킨 팀이 됐다.

올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한 롯데 이대호는 은퇴시즌이라는 말이 무색한 활약을 하고 있다. 타율 0.338로 삼성 호세 피렐라(0.341)와 이 부문 리그 1위를 다투고 있다. 그는 개인 통산 10번째 올스타 베스트12에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동갑내기들이 활약하는 동안 웃지 못하고 있는 선수도 있다. 바로 삼성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지난 12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9회 등판해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홈런을 연거푸 맞고 3-4 패배의 책임을 졌다. 이날 패배로 삼성은 구단 역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인 10연패에 빠졌다.

연패 기간 동안 오승환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지난 6일 대구 LG전에서는 9-9로 맞선 9회 등판해 유강남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맞아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어 9일 대구 SSG전에서는 9-5로 앞선 8회 2사 1·2루에서 1.1이닝 1안타 3볼넷 3실점으로 부진하며 10-10 동점을 허용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12일 KT 경기까지 합하면 10연패 중 3경기는 오승환의 부진 탓이 컸다.

특히 오승환이 연타석 홈런을 허용한 건 데뷔 첫 해였던 2005년 5월3일 마산 롯데전 이후 17년 만이라 충격이 더 크다.

두 개의 홈런 모두 145㎞짜리 직구를 공략당했다. 첫 타자 배정대에게 홈런을 맞기 전에는 스스로 볼카운트 3B-1S로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앤서니 알포드에게 맞은 홈런은 낮은 코스로 공이 들어갔지만 타자가 이를 잘 쳐냈다. 오승환의 예전같은 구위라면 뜬공으로 잡혔을 공이 담장 밖으로 훌쩍 넘어갔다.

더 아쉬운 건 오승환이 홈런을 맞은 뒤의 표정이다. 평소 포커페이스로 ‘돌부처’라는 별명이 붙는 오승환이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도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오승환은 1982년생 동기들이 하나씩 그라운드를 떠나갈 때 자신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수 차례 이야기해왔다. 그는 “나는 나이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했다.

그리고 오승환은 지난해 44세이브를 올리며 역대 최고령 구원왕 타이틀을 따냈다. 올시즌에도 5월19일 한화전에서 개인 통산 350세이브를 기록하며 KBO리그 역사를 새로 쓰며 페이스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모습을 보면 ‘에이징 커브’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오승환은 7월 들어 6일부터 3일 간격으로 여유있게 마운드에 올랐음에도 3경기 2패 평균자책 23.14를 기록했다. 오승환에게는 낯선 숫자다.

삼성으로서는 대안책이 없다는게 더 큰 문제다. 결국은 오승환 스스로가 해결해야하는데, 그 누구도 답을 대신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