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에 또 먹구름이 덮쳤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ｍ 동메달리스트 김민석(23·성남시청)이 음주운전을 하다 진천선수촌 내에서 사고를 냈다.

김민석은 지난 22일 밤 대표팀 동료 3명과 함께 선수촌 인근에서 저녁 식사 중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차량으로 선수촌으로 복귀했다. 이때 정재원(의정부시청), 정재웅(성남시청), 정선교(스포츠토토)가 동승했다.

이들은 이후 선수촌 웰컴센터에서 생일파티를 하던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박지윤(의정부시청)의 연락을 받고 다시 나가 합류해 시간을 보냈다. 웰컴센터는 외부에서 선수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해 있다.

그 뒤 김민석은 차량에 정재웅, 정선교, 박지윤을 태우고 다시 숙소로 이동했다. 이때 선수촌 도로 보도블록 경계석과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그러나 수습을 하지 않고 숙소로 들어갔다가 폐쇄회로(CC) TV를 확인한 선수촌 당직자에게 적발됐고 술 냄새로 인해 음주 사실 역시 적발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즉각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전원의 선수촌 훈련을 중단시켰다.

김민석은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중장거리 간판이다. 만 19세에 출전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남자 1500ｍ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20대 초반인 김민석은 세대교체가 절실하던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새로운 스타로 등극했다. 성실한 훈련 자세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이기에 음주운전 사실은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승했던 정재원 역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따낸 장거리의 차세대 주자다.

이번 사고는 일반 도로가 아닌 선수촌 내에서 발생했다. 경찰에 적발된 사고가 아니라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측정되지 않았고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외부에서 술을 마시고 선수촌으로 복귀할 때, 선수촌 내 웰컴센터 사이를 왕복할 때 모두 음주 상태였다.

빙상계는 아주 오랫동안 각종 논란에 시달렸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쇼트트랙에서 대표팀 코치의 선수 성폭행 사건, 남자 선수간의 훈련 중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베이징 올림픽 직전에는 여자대표팀 간판 선수의 동료 험담 사건이 폭로돼 평창올림픽 당시 승부조작 의혹까지도 불거졌다. 스피드스케이팅도 마찬가지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벌어진 왕따주행 논란은 전국민적인 이슈가 돼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특히 2019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 5명이 선수촌 내에서 음주하다 적발되고, 쇼트트랙 남자 선수가 선수촌 여자 숙소를 출입하다 발각된 데 이어 이번 음주 사고로 선수촌 내 관리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빙상연맹은 선수들로부터 경위서 등을 받아 조사 절차에 들어갔다. 27일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징계를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