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던진 승부수가 단번에 먹혀들었다.

지난 2일 롯데가 재영입한 외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복귀전에서부터 호투를 펼쳤다.

스트레일리는 지난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4안타 1볼넷 1사구 4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4-3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11승을 올린 키움 에이스 투수 안우진을 상대로 일궈낸 결과다. 안우진도 이날 7이닝 무실점으로 맞섰지만 롯데 타선의 경기 후반 집중력이 더 좋았다. 롯데는 0-1로 끌려가다가 8회 신용수의 역전 투런 홈런, 9회 정훈의 투런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롯데로서는 다시 희망을 키워볼 수 있게 됐다. 아직 순위는 8위에 머물러 있는 데다가 5위 KIA와의 격차는 6.5경기나 되지만 2017년 후반기의 기적을 일궈낼 수 있는 1차 조건을 갖췄다.

롯데의 최근 가을야구 진출 해인 2017년에는 조쉬 린드블럼이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면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이번에는 스트레일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제는 2차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5년 전 후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선수는 린드블럼 한 명 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롯데는 박진형-조정훈-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든든한 필승조를 바탕으로 높은 마운드를 자랑했다. 그해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은 롯데가 3.44로 10개 구단 중 가장 훌륭한 성적을 냈다.

그렇다면 2022시즌 후반기는 누가 필승조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10일 경기에서 희망을 봤다. 이날 스트레일리에 이어 등판한 이민석이 1이닝 1실점으로 실점을 허용했지만 김유영-구승민이 차례로 1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유영은 팀의 귀중한 좌완 불펜 중 하나다. 개막 후 한 달 동안 12경기에서 11.1이닝 3실점 평균자책 2.38을 기록하던 김유영은 5월부터는 주춤했지만 7월에는 10경기에서 평균자책 2.70으로 시즌 초반 페이스를 되찾았다. 8월에는 5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좋은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다.

구승민은 2018년 팀의 ‘난세의 영웅’으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다. 그 해 64경기에서 73.2이닝을 소화하며 14개의 홀드를 거두며 팀의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2019년에는 직전해 쌓인 피로도의 여파로 41경기 평균자책 6.25를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이후부터는 꾸준히 두자릿수 홀드를 기록 중이다. 올시즌에도 51경기 평균자책 3.46 15홀드의 성적을 냈다.

관건은 마무리 투수다. 롯데는 현재 마무리 김원중이 코로나19 확진으로 이탈한 상태다.

대체자는 시즌 초반까지 마무리로 활약했던 최준용이 유력하지만 10일 키움전에서는 이정후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0.1이닝 2실점으로 주춤했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도규가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지면서 세이브를 올렸다.

김원중이 회복해서 돌아오더라도 제 컨디션을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 최준용이든 김도규든 마무리 투수로서 자리를 잡게 된다면 롯데는 2017년 위용을 떨쳤던 불펜의 모습을 다시 갖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