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개막한 ‘NH농협은행 고양 챌린저’에서 토너먼트 디렉터(TD)를 맡은 김동현 감독(44)의 일상은 감독으로 나선 지난 몇 번의 대회와는 달랐다. 김동현 감독은 현재 NH농협은행 테니스단을 이끄는 감독이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TD로 나섰다. 대회 첫 경기가 시작하기 2~3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일과가 시작돼 가장 늦게 대회장을 떠난다. 코트 주변을 항상 지킨다. 비로 경기가 지연된 지난 25일에는 밤 12시가 돼서야 일정이 끝났다.

김 감독은 28일 대회 최종일 “감독으로 대회에 참가할 때는 우리 선수한테만 집중하면 됐다. 이제는 매 순간 모든 선수들의 시선에서 봐야 한다”며 “아직 가끔 우리 선수들 경기를 볼 때 조용히 응원하는 것까진 참기 어렵더라”며 TD로 보낸 지난 한 주를 돌아봤다. 그는 이어 “대회가 NH농협은행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은 만큼 더 좋은 퀄리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TD는 조금 낯선 일이다.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테니스 뿐 아니라 골프 등 크고 작은 스포츠 이벤트마다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대회를 조직하고 감독하는 역할로, 쉽게 말하면 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일하는 책임자를 말한다. 김 감독은 “TD는 순간순간 변수가 많고, 신경쓸게 많다는 점에서 항상 지켜보고 기다리는 역할”이라면서 “그 전에도 부TD로 일했지만 TD는 생각보다 다른게 많다”고 밝혔다.

명확하게 정해진 TD 업무는 없다. 기본적으로는 선수들이 다시 참가하고 싶고, 경쟁을 즐길 수 있는 대회장을 만드는게 주 목표다. 세부적으로는 자원 봉사자 위치,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음식과 간식, 숙소, 이동 등 코트 밖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까지 총괄한다. 대회 홍보·마케팅부터 시작하면 대회 준비는 수개월전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TD는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 출신이 많다. 올해 데이비스컵은 결승 TD에 전 남자 세계랭킹 3위 다비드 페러(스페인)를 임명했다. 지난 5월 프랑스오픈 TD는 전 여자 랭킹 1위 아멜리에 모레스모(프랑스)였다. 김 감독 역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단체전)다.

이번 대회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정규 아래 등급의 국제테니스연맹(ITF) 서키트 대회다. 총상금은 2만5000 달러로 국내에서는 코리아오픈 다음으로 가장 크다. 김 감독은 “우리 대회는 지난 2008년 처음 시작해 (총상금 규모도 2009년)1만5000대회에서 2만5000대회로 승격했다. 2만5000대회로는 어느 대회와 비교해서도 훌륭한 조건과 환경을 갖춘 대회”라고 자랑했다. 선수들을 위한 윔업존 등은 비슷한 레벨 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다. 그는 “선수들도 만족해해 기분이 좋다”고 미소지었다.

한편 이날 단식 결승에서는 대회 1번시드 오카무라 교카(일본)가 2번시드 핑탄 플리푸체(태국)에 2-1(1-6 6-4 6-3)로 역전 우승했다. 둘은 전날 복식 결승에서도 한 조를 이뤄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