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서연이 세상 모든 엄마들을 향해 존경심을 내비쳤다. 지난 2018년 출산해 다섯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육아’는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게 되는 분야라고도 솔직히 밝혔다.

“아이를 잘 케어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운동, 연기, 인간관계들은 제가 의도한 만큼 효과가 나는데 육아는 제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야말로 인내의 끝, 한계의 끝이에요. 그래서 아이를 낳고 아이 엄마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어요. 정말 위대하고 고귀한 일을 하는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서연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리미트’(감독 이승준)에서 뒤틀린 모성애를 지닌 ‘연주’를 연기한 소감부터 실제 아이를 키우는 지금의 일상까지 다양한 자신의 얼굴을 공개했다.

■ “이번에도 주도적 여성 캐릭터? 제 성격 때문인가봐요”

작품 속 그의 행보는 일관돼 있다. ‘독전’에서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보령’ 역부터 SBS ‘원 더 우먼’ 한성혜 역, OCN ‘본 대로 말하라’ 황하영 역 등 극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여성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어긋난 선택을 하는 부잣집 마나님 ‘연주’로 분해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런 캐릭터들을 고르는 것엔 어릴 적 영향이 커요. 딸 셋 중 둘째로 태어났는데요. 남녀는 무조건 내외하는 집안에서 자랐죠. 그러다보니 남자에 대한 억눌림, 불평등에 대한 반항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공평해야 한다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였죠. 여성도 주도적으로 뭔가를 했으면 좋겠고, 결혼, 연애, 사회생활도 여성이 스스로 결정해서 했으면 했어요. 그래서 전 남편에게 프러포즈도 먼저 할 정도로 주도적인 여성으로 컸는데요. 영화 안에서도 그런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모양이에요. 남성 캐릭터의 배경이 되거나, 기능적인 여성 캐릭터는 거의 안 했던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작품은 세 여성이 주인공이라 더욱 끌렸다는 그다. 이정현, 문정희 등 다른 여성 배우들과 연대하는 느낌이 강했다고.

“K-엄마판 ‘테이큰’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선 여자들이 주도적으로 극을 이끄는 누아르가 없었잖아요. 남자 배우들이 주류를 이룬 작품 밖에 없었는데, ‘리미트’는 자기 자식을 찾겠다는 신념 하나로 말도 안되는 일들을 벌이는 엄마들의 범죄물이에요. 게다가 이정현, 문정희 선배가 출연한다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죠. 여배우들끼리 만나면 기싸움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들 베테랑이라 기싸움 없었고 핑퐁이 정말 잘 됐어요. 사이도 좋았고요.”

■ “출산, 배우로서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진서연의 연기 스펙트럼은 출산 전후로 나뉜다고 했다.

“출산은 배우로서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낳지 않았을 땐 아이 엄마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저 감정을 어떻게 알까’ 부러웠거든요. 하지만 이젠 100% 연기할 수 있구나 자신감이 생겼어요. 또 사람들을 바라보는 제 시선이 달라졌어요. 하나하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워지더라고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확장됐다고나 할까요. 무슨 상황이 벌어져도 ‘그럴 수 있어’라고 관대하게 생각하게 됐죠. 제 자식이 어딜 가서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

출산 후 2개월 만에 28kg을 빼 크게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라고 하니 그만의 소신을 펼친다.

“전 배우들도 국가대표 선수들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제 이름을 걸고 몇 백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까요. 3개월 연습한 액션 연기로 10년 연마한 사람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요? ‘배우=태릉인’이란 생각으로 몸과 마음을 항상 수련하고 있어요. 그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그들을 책임질 수 없다는 부담이 엄청 크기도 하고요.”

배우로서 목표만큼이나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길도 명확했다.

“제 아들이 앞으로도 우리 부부와 인연이 닿아서 같이 길을 가게 된 친구 같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싶고, 아이 역시 동요하지 않고 제 갈 길로 나아갔으면 하거든요. 그 방향을 함께 지켜봐주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고요. 아이의 행복과 자아 확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2살 때 주식을 사줬고 경제 공부도 지금까지 계속 시키고 있고요. 20살 이후엔 경제적 독립을 하게끔 하고 싶어요.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돈도 벌 줄 알아야 해’라고 늘 말해주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