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호칭은 코치다. 봉 코치.

2018년 프로야구 LG에서 은퇴한 뒤 해설위원과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봉중근은 한가위 연휴를 보내고 이달 중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과거처럼 스프링캠프 또는 국제대회 같은 짧은 이벤트를 위해 떠나는 길이 아니다. 봉중근은 세계 최대 스포츠 학교인 IMG 아카데미 코치로 새롭게 출발한다.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 소재의 IMG 아카데미는 야구를 비롯한 8개 종목의 인재를 키우는 종합 스포츠 학교다. 여의도 1.5배 크기의 공간에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새 직함을 얻은 봉 코치에게는 일종의 ‘지도자 수업’일 수 있다. 봉 코치는 지난달 29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 본사를 찾아 지도자로 첫 발걸음을 떼는 마음가짐과 방향성을 얘기했다

봉 코치는 1998년 봄 즈음의 자기 모습부터 떠올렸다. 당시 봉중근의 나이 고교 3학년에 해당하는 만 18세. 소년 봉중근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루키군에 합류한 뒤 수없이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신일고 2학년이던 1997년 캐나다 몽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MVP(최우수선수)에 오르며 미국 팀들의 영입전 속에 선택받은 몸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있을 때다.

“한국에서 야구 할 때는 감독, 코치는 물론 1년 위 3학년 선배도 어려웠던 시절이에요. 그저 그게 ‘예의’라고 생각하고 인사를 한 건데 그 사람들 눈에는 예의가 과했던 거예요. 제가 자신이 없어 보였나 봐요. 상위 팀으로 갈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저 아닌 다른 선수를 선택하더라고요. 문화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의 봉 코치에게는 그마저도 교훈이다. 봉 코치는 2002년부터 3년간 애틀랜타와 신시내티 등에서 메이저리그 48경기 등판 이력을 남기고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뒤 재활 끝에 국내 복귀를 선택한다. 2006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뒤 2007년부터 KBO리그에서 뛰었다.

봉 코치는 국내 아마추어 야구를 시작으로 미국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거쳐 국내 프로야구까지 모두 경험했다. 리그별 지도법 차이도 직접 겪으며 나름의 공부도 하게 됐다.

미국프로야구에서는 웬만해서는 신인급 선수들을 기술적으로 지도하지 않는다. 봉 코치는 “나도 미국 가서 2번째 시즌 싱글A에 가서야 구종 하나를 배웠다. 체인지업 그립만 가르쳐주는 정도였다. 그다음은 내가 익혔는데, 그 체인지업을 실전용으로 만드느라 싱글A에 두 시즌이나 있었다”고 떠올렸다.

봉 코치는 “미국서도 학교 다닐 때 아주 야구를 잘하는 경우만 프로에 갈 수 있다. 그런 선수의 폼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게 그쪽 정서”라고 덧붙였다. 또 “누가 봐도 폼이 이상하다 싶은 선수들만 살짝 잡는 정도”라며 “미국에서는 신인이라면 100% 자기 것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봉 코치는 “기술 지도는 한국이 훨씬 더 세밀하다. 기본 운동 프로그램부터 재활 프로그램까지 한국이 더 체계적”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 무엇도 넘치면 곤란하다. 한국은 상위 지명 신인들이 입단하면 지도자들이 빨리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봉 코치의 눈에는 조금 불편한 것들이었다.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잡아주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단점을 고치려다 강점마저 잃어버리는 경우를 가끔 봤어요. 한 번쯤 살펴볼 부분 같습니다.”

IMG 아카데미에는 중고교 학생들이 다닌다. 그 안에 야구팀만 8개가 있는데, 나이 또는 학년으로 팀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실력으로 구분한다. 중2 학생이 고교 형들과 한팀이 될 수도 있다. 대학 진학 선수들도 나오는 한편 올해 워싱턴 1라운드 선수를 배출할 만큼 진로 스펙트럼도 넓다.

봉 코치는 “여러 학생을 가르치며 여러 사례도 볼 기회가 될 것 같다. 어떤 레벨의 선수를 어떻게 지도했을 때 프로에 도전할 때 즈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공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식 지도법과 미국식 지도법의 최상의 조합의 찾는 것이 봉 코치의 목표다. 봉 코치는 “4~5년 그곳에서 집중할 생각이다. 1년에 한 번쯤은 국내 선수 지도를 위해 한국에 들어오는 기회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