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잠실 LG전을 치른 지난 18일 시즌 종착역을 향하는 팀의 방향성을 묻는 말에 “멀리서 보면 숫자가 우선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서는 변화를 시작한 긍정적인 모습이 도드라져 보인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성장을 확인하면서 그 하나하나가 팀 전력에 연결되는 측면에서도 조금씩 계산이 서고 있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이 구분한 ‘2개의 한화’는 모두가 맞다.

한화는 올해도 잔여시즌 승률 계산이 필요 없는 최하위다. 일정 거리를 두고 한화 야구를 지켜본 팬들은 물론 외부 전문가 그룹에 어필할 수 있는 ‘숫자’를 올해도 만들지 못했다.

수베로 감독이 밝힌 ‘가까이서 보는 한화’도 틀린 내용은 아니다. 타선에서는 김인환이라는 새 얼굴이 등장했다. 마운드에서는 윤산흠 같은 새 자원도 발굴했다. 무엇보다 선발로테이션에 줄기차게 포함시키며 ‘비싼 세금’을 지불하고 있는 남지민을 비롯해 올시즌 신인 문동주와 내년 시즌 전체 1순위 신인 김서현(서울고) 같은 빠른 볼을 던지는 우완 정통파 투수들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굉장히 희망적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한화의 9월이 절망적인 적은 없었다. 가을야구 조기 탈락 팀의 9월은 보는 사람부터 팀 순위에 대한 눈높이를 내려놓는 계절이다. 순위표 백지상태의 다음 시즌으로 시선을 옮겨놓고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여러 요소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곧이곧대로 볼 것은 아니다.

수베로 감독 또한 미디어 인터뷰에서 마냥 긍정적인 생각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현장 사령탑이 이 시점에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했을 뿐으로 보인다.

사실, 멀리서 보는 ‘한화야구’와 가까이서 보는 ‘한화야구’의 차이가 공간적 거리를 따지고 묻는 문제는 아니다. 야구를 보는 데 ‘원시’와 ‘근시’가 따로 있는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는 시간의 문제에 가깝다. 매년 시즌을 마무리하는 9월의 희망과 다음 시즌 4월에 맞닥뜨리는 현실의 차이를 좁히는 게 핵심이라면 핵심이다.

지난 시즌 막바지에도 한화는 희망적이었다. 하주석-정은원-노시환-김태연 등이 리그 전체에서 경쟁력 있는 야수로 성장하며 새 시즌 팀의 골격이 돼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부상과 부진 등 각종 이슈 속에 이들부터 기대만큼 움직이지 못했다.

늘 관건은 ‘변수’다. 프로야구에서 9월의 희망만으로 ‘변수’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매년 겨울이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막연한 ‘낭만’일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은 숫자에 모두 담아낼 수 없는 한화 야구의 변화를 얘기했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매개체는 역시 숫자다.

이를테면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따라다니는 ‘변수’를 하나씩 뜯어볼 시간. 예컨대 지난해 강력한 수비 시프트로 리그 공동 2위(0.691)까지 끌어올렸던 한화의 수비효율(DER)은 왜 올해 다시 9위(0.675)로 내려앉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투수력의 열세로 강한 타구로 연결되는 횟수가 늘어난 탓일까. 아니면 수비 시프트와 별개로 개인 수비 폭이 줄어든 것은 아닐까. 혹여 개인 수비 폭이 줄었다면, 훈련량이 부족했던 것일까. 지금은 모든 부문에서 스스로 문제를 내고 답을 찾는 것에 거북함이 없어야 할 시간이다. 올해 9월과 같은 내년 9월을 다시 마주하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