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강)민호는 삼성에 있으면 안 되는 선수인데….”

지난 8일 사직 LG전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이대호는 이날 경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민호(삼성)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최근 강민호의 방송 인터뷰가 화제에 올랐다. 강민호는 지난 5일 수원 KT전에서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돼 방송 인터뷰에 나섰는데 “이대호에게 한 마디를 해달라”는 요청에 울먹이면서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강민호는 “어렸을 때 대호형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대호 역시 강민호의 눈물을 알았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강민호는 3년 뒤 롯데에 입단했다. 그리고 함께 성장하면서 롯데의 중심 선수로서 팀을 지켰다. 하지만 2017시즌을 마치고 강민호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동료에서 타 팀 선수가 됐다.

이대호가 또 안타까워하는 후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NC 유니폼을 입은 손아섭이다. 손아섭 역시 2007년 입단한 뒤 줄곧 한 팀에서 뛰다가 지난 겨울 처음으로 팀을 옮겼다.

이대호는 “강민호, 손아섭 선수는 롯데에서 뼈를 묻어야되는 선수다. 그 선수들이 팀을 떠났을 때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싶다. 소위 팬들이 ‘비밀번호’라고 말했던 암흑기 시절 때 같이 동고동락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그런 선수들이 없다는 것 자체가 보석을 잃은 거라 생각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롯데의 심장’이 강민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던 이대호는 “민호가 삼성에 있지만 더 잘했으면 좋겠다. 아섭이도 정말 열심히 했다. 다른 팀들에 있지만 선배로서 잘 하기를 바란다”면서 “롯데 선수들 중 잘하는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안 가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표했다.

실제로 롯데는 주요 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해나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강민호가 빠져나간 포수 자리는 아직도 팀의 해결하지 못한 고민거리 중 하나다. 손아섭이 떠난 외야 자리 역시 아직도 새 인물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다.

롯데는 매년 전력 약화를 실감했고 2017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이후 올시즌까지는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10년으로만 따지면 가을야구에 진출한 건 딱 한 해 뿐이다.

이제 이대호가 떠났고 롯데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도 몇 남지 않았다. 1986년생의 전준우, 1987년생의 정훈도 적지 않은 나이다.

이대호는 신동빈 구단주 앞에서도 자신의 소신있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은퇴사에서 “저희 선수를 지원하고 믿어주시는 롯데 구단에 감사하다.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는 후배 선수가 팀을 떠나지 않고 잘 성장하게 보살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같은 발언을 거듭 반복한 것이다.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아이들과 야구장으로 오겠다”던 이대호는 롯데팬으로서 진심어린 조언을 보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몸집을 줄여나가던 롯데는 이대호까지 은퇴하면서 연봉 8억원의 여유가 더 생겼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굵직한 FA 선수들이 매물로 나온다. 롯데가 이대호의 당부대로 적극적인 투자로 1992년 이후 이루지 못한 우승이라는 오랜 염원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