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빛 유니폼이 익숙해진 주세종(32·대전)은 최근 하나의 꿈을 접었다.

그는 오는 11월 개막하는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을 위해 일본 J리그를 떠나 1부도 아닌 2부 대전 하나시티즌에 입단했는데, 태극마크를 되찾는 데 실패했다. 4년 전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전 승리에 쐐기를 박는 손흥민의 골을 만들었던 그의 장거리 롱패스를 카타르에선 보기 어렵게 됐다.

주세종에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또 다른 목표가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대전의 1부 승격이다. 2015년 K리그1 꼴찌로 2부로 밀려난 대전은 올해 K리그2 2위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라 8년 만의 1부 복귀에 도전하고 있다.

대전은 지난 26일 김천 상무와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대전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린 주세종은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월드컵 만큼이나 간절한 목표가 바로 승격”이라며 “첫 고비를 잘 넘겼으니, 이제 남은 한 경기(29일 2차전)를 잘해야 한다. 더 좋은 축구로 우리를 위해 함성을 지르는 팬들에게 승격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세종의 남다른 승격 각오는 임대생이라는 그의 신분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주세종은 대전과 6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다. 주세종은 내년이면 어떤 팀과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다. 계약만 생각한다면 대전의 승격 여부는 그와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주세종은 프로 선수의 책임감과 팬들의 사랑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세종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귀를 기울이면 팬들의 응원 소리가 들린다. 이런 응원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승격을 생각하지 않느냐”며 “당연히 1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 축구화를 벗을지는 모르지만 난 마지막까지 팬들의 마음을 알고 뛰었던 선수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주세종의 발언은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대전의 일본 출신 선수 마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마사는 한국어로 직접 “승격, 인생 걸고 합시다”라고 말하면서 팬들을 감동시켰다. 당시 대전은 강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하고도, 2차전에서 패배해 승격에 실패했다. 올해도 같은 결과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는 게 대전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주세종이 믿는 구석은 역설적으로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의 아픔 경험이다. 대전이 강원의 벽을 넘지 못한 원인을 곰곰이 따진 결과 경험 부족이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맏형’인 자신이 중심을 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세종은 “아무래도 우리 팀은 어린 선수가 많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더라”며 “29일 김천과의 2차전에선 긴장을 풀지 않으면서 더 좋은 축구를 해야 한다. (조)유민이와 내가 그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세종은 대전이 승격의 꿈만 이룬다면 ‘축구 특별시’라 불리던 옛 위용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도 갖고 있다. 대전은 2020년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이래 화끈한 투자를 자랑하는 만큼 1부만 올라가면 우승컵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주세종은 “대전에는 이미 1부에서 뛰어도 될 만한 선수가 많다”며 “이 선수들이 내년에는 더 높은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