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물에서 형사부 말석검사, 가진 것이라곤 객기로 무장한 패기와 크게 이름을 떨치겠다는 야망. 보통 이런 스펙이라면 주인공의 그것이 적당하다. 젊은 청춘 열혈검사.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서 이러한 느낌의 주인공들을 많이 봐왔다.

하지만 배우 강유석은 SBS 드라마 ‘법쩐’에서 장태춘 검사를 연기하면서 조력자의 역할을 했다. 드라마는 ‘법’을 앞세운 박준경(문채원)과 ‘쩐’을 앞세운 은용(이선균)의 복수극이었다. 강유석은 이들과 힘을 합쳐 검찰 내부에서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역할을 맡았다.

주인공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강유석에게는 오히려 출연료를 받기보다는 수업료를 내야 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매일매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선배들 연기의 성찬. ‘법쩐’은 이 20대 후반의 배우가 더욱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진짜 일을 하러 갔는데 출연료를 내야 할 정도의 현장이었어요. 직접 보고 배우는 게 가장 좋죠. 같이 호흡을 맞추고 지켜보고, 또 연기의 결과물을 모니터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많이 배웠어요.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연기경력도 오래되고 잘하시는 선배들이 많으셨는데, 선배들도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스스로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기경력에서 처음 맡는 검사 역할이었다. 직접 검사를 만나지 못했지만, 검사들을 만났던 김원석 작가의 추천으로 검사들의 에세이를 읽었다. 그는 장르가 법정물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 초년생의 풋풋함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뭔가를 하려는 의지를 보이려고 했다. 너무 일반적이진 않으면서도 사람 느낌이 나는 검사였다.

“저는 실제로 태춘이처럼 야망이 있는 사람 같진 않아요. 20대 초반에는 큰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마음을 감출 수 있게 된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는 10% 정도가 닮았다고 느껴지는데 태춘이는 저와 같이 열정은 넘치지만, 저보다는 훨씬 깊고 큰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온 강유석은 학교의 대선배 ‘1기’인 이선균을 현장에서 만났다. ‘나의 아저씨’ 열혈팬이었기에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왔다. 그냥 먼발치에서 걱정하는 눈빛만 봐도 바로 리액션으로 연기가 나올 정도였다. 검찰에서 상사였던 황기석 역 박훈은 이미지가 무서워 초반에는 무서웠지만, 뒤에서 계속 챙겨주는 멋진 선배였다.

“선배들이 모두 제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의사를 물어봐 주시니까. 갈수록 제 의견을 좀 더 자신 있게 제시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다 이원태 감독님 역시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열어주셔서 더욱 좋았습니다.”

강원도 강릉에서 나고 자란 강유석은 중고등학교를 진학할 때까지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인생의 진로를 정해야 했던 시절 막연하게 동경했던 연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고3 때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고 금요일 수업이 끝나면 오후 6시차를 타고 서울의 연기 아카데미에 와 수업을 듣고 일요일 저녁 강릉으로 넘어오는 시절을 거듭했다.

“결국 재수를 통해 지금의 학교(한예종)에 입학하게 됐어요.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연기가 재미있다고 느꼈던 순간이 시작됐어요. 워낙 잘하는 선후배 동문들이 많아 저도 그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죠. 개인적으로는 진경 선배님도 좋아합니다. ‘택배기사’ 때 출연하셨고요, ‘낭만닥터 김사부’ 때도 뵀는데 연기를 같이 오래 하진 못했어요.”

2018년 OCN의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사의 찬미’ ‘낭만닥터 김사부 2’ ‘스타트업’ 등으로 청춘의 모습을 보이다 왓챠에서 공개되기도 한 ‘새빛남고 학생회’에서 BL(보이즈 러브) 코드를 포함한 주인공 노신우를 연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직 작품이 많지 않아 해본 역할도 없어 욕심은 더욱 크다.

“작품을 하면서 두 가지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배울 수 있을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짧은 경력에도 다양한 역할을 해봤다고 하시는데. 저는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어 그런 부분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로맨스, 지금 20대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 연기를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사극도 욕심이 난다. 처음에는 묵묵히 지지해주던 가족들도 점점 자랑스러워하고 믿어주는 느낌이 더욱 묻어난다. 그는 좀 더 좋은 연기자가 돼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좋은 연기란, 제 생각에는 그 인물로서 가장 잘 살아있는 것이 좋은 연기라고 봅니다. 좋은 연기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왜 이런 말을 하고 감정이 있는지 집중하면 보는 사람이나 집중하는 사람이나 모두 좋다고 생각해요. 태춘이의 열심히 사는 모습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고 멋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