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클락 등 ML 새 규칙, 6월 실행위 논의
10구단 단장 사전 설문서 대부분 “찬성”
베이스 확대는 OK, 견제구 제한은 ‘글쎄’
‘LG 야구’ 유불리 논쟁서 염 감독 “유리”
LG 문보경이 도루 기회를 살피며 리드를 하던 중 투수 견제구 상황에서 1루로 돌아와 심판 판정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KBO(한국야구위원회) 실행위원회는 오는 6월 회의에서 메이저리그 새 규칙 도입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 적용되고 있는 새 규칙은 피치클락과 견제구 횟수 제한, 그리고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이다. 여기에 투·포수가 전자기기로 사인을 주고 받는 피치컴 도입과 수비 시프트 제한 등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피치클락은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20초이내에 투구 동작에 돌입해야 하는 규칙이다. 타자들은 최소 8초가 남았을 때 타석에 들어가야 한다. 포수 뒤편 전자시계로 시간이 게시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여기에 견제구를 2회로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베이스 크기는 기존 가로세로 15인치에서 18인치로 확대했다.
실행위원회를 통한 공식 논의에 앞서 스포츠경향 영상 채널 ‘최강볼펜’에서 10구단 단장에게 전화 설문을 한 결과, 피치클락 도입을 놓고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이 나왔다. 9개 구단 단장이 도입 찬성을 한 가운데 한 구단 단장이 답변 보류를 했지만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수도권 A구단 단장은 “미국이 한다. WBC 같은 국제대회에 적용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방 B구단 단장은 “경기 시간 단축이라는 기본 과제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4월 9이닝 경기 기준, 평균 28분이 줄어 평균 경기 시간 2시간 37분을 기록했다.
지난 4월12일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뉴욕 메츠전 , 타자 뒤 전자시계를 통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베이스 크기 확대 여부를 놓고도 대다수인 8개 구단 단장이 찬성했다. 이 역시 큰 논쟁 없이 KBO리그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스 확대를 놓고, 수도권 C구단 단장은 “베이스 크기가 우선은 도루와 연관성이 크지만, 그보다는 부상 방지 차원에서 반드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베이스 크기 확대 효과로 2루 도루 상황에서 야수와 주자 사이의 충돌 접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견제구 횟수 제한을 놓고는, 적잖은 구단이 보수적 반응을 보였다. 찬성 3개 구단에 반대 3개 구단, 보류 입장을 보인 곳이 4개 구단에 이르렀다. 지방 D구단 단장은 “견제를 늘 하는 게 아니고 할 때는 해야 한다. 2회로 제한하면 배터리와 주자, 타자, 벤치 사이에서 미묘하게 움직이는 ‘야구의 맛’을 잃을 수 있다.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피치클락과 견제구 횟수 제한이 연동돼있다는 게 함정이다. KBO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피치클락과 견제구 횟수 제한은 완전히 따로 가기 어렵다. 본격 논의가 된다면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견제구를 던지는 동시에 피치클락이 다시 초기화되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견제구가 잦을 경우에는, 피치클락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10개 구단 단장 설문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것 하나는, 몇몇 구단 단장이 메이저리그 새 규칙 도입을 전제로 올시즌 LG의 ‘뛰는야구’와 ‘작전야구’의 유불리를 언급하며 의견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한 단장은 “올해 같은 식이라면, 베이스 확대로 LG 야구가 날개를 달 것”이라고 밝힌 반면, 또 다른 단장은 “LG 야구는 작전이 많다. 메이저리그식 피치클락을 적용하면 커뮤니케이션에 제한이 있을 것이다. LG에서 일정 부분 반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장설문] 피치 클락 9구단 찬성, 베이스 확대는 8구단 OK｜최강볼펜 22화
LG 구단에서는 도입을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차명석 LG 단장은 설문에서 찬성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21일 관련 질문에 “메이저리그 규칙이 적용돼 우리에게 불리할 게 없다. 베이스 확대도 있지만, 견제구 횟수 제한이 적용되면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작전 교환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클락 문제를 놓고는 “모든 구단이 똑같은 조건이다. 맞출 수 있다. 우리만 ‘어려울 것’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단장설문] 피치 클락 만장일치급 찬성, 베이스 확대는 8구단 OK｜최강볼펜 22화
메이저리그의 새 규칙들이 어느 시점, 어떻게 도입될지 예단은 어렵다. 피치클락을 놓고도 몇몇 구단 단장은 “타자 ‘8초룰’이 걸린다. 우리나라 타자들 습관을 고려하면 1~2초는 여유를 더 주는 방법 같은 보완책도 살펴야할 것 같다”고 주장하는 등 세부 내용에서는 구단별로 이견이 나온다. KBO 관계자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다음, 퓨처스리그에서 모두 테스트를 하고 1군에 적용할지, 1군 시행을 더 서둘지 논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