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드래프트를 기다리는 고교 야구 선수들은 제각각 입단을 원하는 구단이 있기 마련이다. 적잖은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팀 유니폼을 입기를 바란다. 그러나 단순 선호도로만 우선 순위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입단 뒤의 성장 환경에 주목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포수 유망주라면 포수 뎁스가 부족한 팀에 입단해야 이른 시기에 출전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최근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는 키움 히어로즈 입단을 희망하는 선수들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또한 이유는 같다.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키움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장 많은 곳이다.

지난 29일 LG와 키움이 트레이드를 전격 성사시킨 가운데 LG 유망주로 몇 년간 주목받다가 키움 유니폼을 입은 이주형(22)의 행보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주형은 타격 재능으로는 LG 야수 유망주 가운데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던 자원이다. LG 유니폼을 내려놓기 전 이주형과 함께 한 공간에서 훈련을 해본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두말할 것 없이 타격 재능은 타고 났다”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주형이 1군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은 팀 내 경쟁력 때문이었다. 비교적 기회가 많았던 2루수로는 수비력이 모자랐고, 외야수로는 넘어야 할 선배들이 너무 많았다. 이주형이 조기에 병역을 마친 이유이기도 했다.

이번 트레이드가 불발되며 이주형이 LG에서 계속 뛰었다면, 또 한번 애매한 행보로 시즌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외야수로 전향하기 전 원포지션인 2루수로 복귀를 시도했으나 1군 무대에서는 출전 기회가 없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주형을 2루수로 다시 준비시킬 계획이었지만, 2루수 신민재의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방향 수정이 되던 중이었다. 이주형은 올시즌 LG 1군에서는 좌익수로 5타석, 우익수로 3타석만 들어섰을 뿐이다. 여기에 대타로 7타석만 나선 게 전부다.

이주형은 지난 29일 키움 이적 뒤 출전 기회가 바로 늘어났다. 29일 고척 삼성전에 곧바로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고, 30일에는 중견수로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틀 연속 주전으로 뛰며 8타석 8타수 2안타에 3루타 1개를 기록했다. LG에서는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이번 LG와 키움의 트레이드에서는 LG 유니폼을 입은 우완 최원태가 주인공으로 떠올라 있다. 최원태는 올시즌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는 LG의 선발진의 목마름을 해결할 적임자로 ‘추앙’받고 있다. 또 당장은 최원태로 인해 LG가 트레이드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의 기회 영역을 보자면, 이번 트레이드의 최고 수혜자는 이주형일지 모른다. 이주형의 타자로서, 궁극적 기대치는 현 시대 리그 톱클래스 좌타자 그룹에 근접한다. 이주형이 키움에서는 어떤 이주형이 될지 경계를 그어놓기는 어렵다. 언젠가 다시 복기될 이번 트레이드 결과의 엔딩은 이주형의 몫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