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예전같지 않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신냉전 사이에 한국이 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정상적으로 열린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을 취재진이 적잖았다. 스포츠는 정치와는 별개라지만 혹시라도 한국 선수들이 불이익이 당하지나 않을지 우려됐다.

그런데 한국 선수단 본진이 아시안게임 개최지 항저우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불필요한 걱정이 됐다.

관문인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부터 친절함이 느껴졌다. 어색하지만 소통에 문제없는 한국어로 맞이하는 자원봉사자의 인솔 아래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됐다.

아시안게임 채널이 별도로 마련돼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입국이 진행됐다. 깐깐하기 짝이 없는 입국 심사관이 직접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네고, 입국 심사 도중 “저의 작업에 대한 평판을 남겨주세요”라는 전자음과 함께 설문조사까지 병행했을 정도다.

취재진과 선수들의 AD카드를 인증하는 장소가 입국장을 나서기도 전에 설치된 것도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별도의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절차가 건너 뛸 수 있었다. 비행거리는 길지 않지만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여야 했던 선수단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느껴졌다.

선수단의 수화물을 처리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이 옥에 티였을 따름이다. 연꽃을 모티브로 2016년 증축한 공항의 시설은 아름다웠는데, 커다란 짐은 일일이 사람이 나르는 한계가 있었다. 동행한 취재진이 불과 30분 만에 입국장을 나선 것과 달리 짐이 많은 선수단이 2시간 가깝게 흘러서야 선수촌으로 떠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예상과 달랐던 중국의 환대에 미소를 지었다. 최윤 선수단장은 “많은 분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종목마다, 선수마다 여러 가지 목표와 꿈, 노력 그리고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조현주도 “이런 큰 대회는 처음이라 설렌다. 빨리 경기장에서 보드도 타보고 싶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돌아가고 싶다”고 웃었다.

39개 종목에 역대 최다인 1140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21일 입촌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메달 경쟁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