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로서는 막연히 관망하고만 있을수 없는 흐름이다. LG가 붙박이 마무리 고우석의 움직임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8일 LG 구단의 요청에 따라 고우석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에 포스팅해줄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요청했다. MLB 사무국이 포스팅을 고지하면 이튿날부터 30일간 30개 구단과 협상이 가능해진다.

LG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도전 기회를 열어줬지만, 사실상 조건부 승인을 해놓았다. 고우석이 납득할 만한 계약 조건을 확보하는 경우에만 미국행을 허락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우석의 계약 규모에 따라 LG의 이적료도 자동 책정된다. 예컨대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이면, LG는 MLB 구단으로부터 보장 금액의 20%를 받는다. 또 계약 규모가 5000만 달러 이하일 때는 500만 달러와 2500만 달러 초과 금액에 대한 17.5%를 받게 된다.

LG는 ‘납득할 만한 계약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최종 결정은 구단주께서 하신다”는 말로 에둘러 입장을 정리했다. 그런데 구단이 최종 방향을 잡을 ‘기준선’을, 내부적으로라도 조금 더 선명히 마련해놓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에서도 예상보다 빠르게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에는 미국 일리노이주와 미주리주를 기반으로 한 지역지에서 세인루이스가 불펜 보강을 위해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에서 2년 연속 32세이브를 거둔 좌완 마쓰이 유키와 고우석을 영입 후보군에 두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29일에는 마쓰이 영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카고 컵스가 또 다른 옵션인 고우석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보도가 시카고 지역 매체 ‘블리처네이션’을 통해 나왔다.

LG로서는 막연했던 고우석의 포스팅 결과를 향후 현지 언론의 분위기를 통해 대략 읽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이 팀을 떠나는 것을 전제로 내년 시즌 마무리 구상도 해둬야 할지 모른다. 대부분 팀은 새 시즌 투수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선발만큼이나 마무리 확보를 우선시한다. ‘플랜B’ 차원에서라도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LG는 새 마무리로 무대에 올려볼 만한 카드는 풍족한 편이다. 구위형 투수 그룹에서는 묵직한 강속구의 백승현과 더불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한번 더 빛난 신예 우완 유영찬이 우선 조명된다. 지난 정규시즌 중에는 염경엽 LG 감독이 백승현을 차세대 마무리 후보로 꼽기도 했다. 다만 한국시리즈를 거치며 불펜투수들의 진가가 다시 드러난 측면이 있어 여러 각도에서 이들에 대한 평가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지난 시즌 중 임시 마무리도 했던 좌완 함덕주와 FA(자유계약선수) 협상도 이어가고 있다. 함덕주 또한 두산 시절 이후 통산 59세이브를 쌓은 마무리 후보다. LG 관계자는 “함덕주와는 협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조금 더 폭을 넓히면 사이드암 정우영과 박명근도 마무리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원이다. LG로서는 고우석 행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생각도 해볼 수 있는 뎁스 확보는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