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시작했지만, 곧바로 차갑게 식었다. 올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빈공간이 생겼다. 시장이 열리자마자 한화가 공격형 내야수 안치홍(전 롯데)을 영입하고, 삼성이 마무리 김재윤(전 KT)의 손을 잡았을 때만 해도 속도감 있는 계약 소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두산이 내부 FA 양석환을 잔류 계약으로 묶은 것을 마지막으로 시장이 거의 잠들어 있다.

이른바 주목받던 FA들이 수적으로 줄어있다. 여기에 각 구단의 구매력이 떨어져 있다. 몇몇 구단을 제외한 대부분 구단이 샐러리캡에 묶여 바로 움직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FA 수요도 줄었다. 이는 특정 선수와 잔류 협상을 하는 구단들이 계약을 서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실질 수요자가 둘 이상이 되면 경쟁이 생긴다. 계약에는 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이맘때 즈음이면 나오던 ‘FA 철수’ 선언은 보이지 않는다.

거의 모든 구단이 ‘만약’을 가정해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한화는 FA 시장에 남아있는 특정선수를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움직임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한화는 여전히 ‘1%’의 류현진 변수를 계산에 넣고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잔류 계약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혹여 조건의 만족도가 떨어져 다른 고민을 하게 된다면 한화는 오랜 시간 준비한 마지막 베팅에 나설 생각이다. 한화는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샐러리캡 여분을 비워놓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마스 직전이면 베팅 기회의 확보 여부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당장은 아니지만 샐러리캡 여유분을 쓸 만한 대상이 내년 1월 나타날지 모른다. 한화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섣부르게 철수를 선언할 이유도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 등 몇몇 구단도 마찬가지다. 시장에는 여전히 ‘가성비’ 괜찮은 FA들이 있다. 내부 선수들의 잔류 계약 마무리를 포함해 연봉 계약이 정리되면서 샐러리캡 공간이 생기면 또 한번 시장으로 나오는 시나리오를 떠올리고 있다. 불펜 뎁스 강화에 목마른 삼성의 경우, 조금이라도 여력이 생기면 불펜 강화를 위해 한명의 자원이라도 더 영입하려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은 올겨울 FA 시장의 ‘하프타임’ 같기도 하다. 경기는 멈춰 있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한번쯤 더 계약 소식이 이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