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드라마 ‘LTNS’에서 우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솜. 사진 티빙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된 ‘LTNS’에서 놀라움을 안겨줬던 캐릭터는 안재홍이 연기한 임박사무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배우 이솜이 연기한 우진 역시 댓글에서 “이솜도 은퇴작인 것이냐”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에너지를 보였다.
2018년 영화 ‘소공녀’, 2020년 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이후 안재홍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추는 이솜은 ‘LTNS’에서 비로소 완연히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 자유로움은 자신의 예상마저도 뛰어넘는 것이어서, 이솜은 연기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체험하기도 했다.
“막바지 5, 6회에서 우진이 미쳐 날뛰는데, 감정을 카메라 앞에서 쏟아내는 연기를 했어요. ‘저 때 내가 저런 얼굴이었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몇 있었는데, 우진이 돈을 뿌리는 모습에서도 그런 얼굴이 있었어요. 정말 많이 내려놓고 한 연기가 아닌가 싶어요.”
티빙 드라마 ‘LTNS’에서 우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솜. 사진 티빙
‘LTNS’는 열정적인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7년 후 ‘섹스리스’ 부부가 된 후 이야기다. 서로에 대한 의무감으로만 지내다 불륜을 고발하는 일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의기투합해 불륜커플만을 추적한다. 이솜이 연기하는 우진은 즉흥적이지만 재지 않고, 거침없는 성격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도, 첫 페이지를 넘길 때도 대사들이 굉장히 자극적이면서 수위도 높았어요. 하지만 대사가 입에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 있었고,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재미와 독특함이 있었죠. 저 스스로도 코미디라는 장르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어요. ‘굉장히 재미있겠다’ 싶었죠. 전고운 감독님과 만남도 큰 이유였어요.”
전고운 감독은 ‘소공녀’를 연출한 감독이며, 안재홍은 세 번째 호흡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수위가 센 스킨십과 대사들을 주고받지만, 이전 작품을 통해 쌓은 신뢰가 있었기에 연기에 행복했다. 이솜은 특히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에너지가 세진다. 목표지점이 같은 전고운 감독과 안재홍, 이솜은 초반부터 어색함 없이 ‘LTNS’로 빠르게 하나가 됐다.
티빙 드라마 ‘LTNS’에서 우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솜 출연장면. 사진 티빙
“특히 전고운 감독님이 결혼하셨어요. 결혼을 안 한 입장에서 많은 부분을 여쭤볼 수밖에 없었죠. 주변에 친구들도 실제로 결혼을 많이 했고, 저도 멀지 않은 것 같아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관계가 좋았던 두 사람이 멀어진 이유는, 삶에 치여서 그리고 돈 벌고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어요.”
한두 커플씩 불륜커플을 고발하면서 수익을 내는 사무엘과 우진은 그에 걸맞게 시련도 겪는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중대한 시련은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의 붕괴였다. 두 사람은 서로가 다른 사람에게 마음 또는 몸을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는다. 과연 정신적인 ‘바람’이 바람이냐, 육체적인 ‘바람’이 바람이냐. 작품은 그에 대해서도 시청자에게 물어본다.
“둘 다 나빠요. 둘 다 나쁜데, 화는 육체적인 바람이 더 크게 나는 것 같고 상처는 정신적인 바람에 더 나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작품을 하기 전에도 결혼에 대한 궁금증이 개인적으로 많았거든요. 우진과 사무엘이 풋풋했던 이야기보다는, 현실에 찌들고 치이고 관계가 소원해지는 상황을 연기하니까 결혼에 대해 더욱 신중해졌어요. ‘인간에게는 정말 사랑이 필요하구나’ 그리고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티빙 드라마 ‘LTNS’에서 우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솜 출연장면. 사진 티빙
2008년 엠넷의 모델 선발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려 패션모델이 됐지만, 이솜은 연기에 더 큰 뜻을 품고 있었다. 2014년 임필성 감독의 영화 ‘마담뺑덕’에서 덕이 역을 맡으며, 심학규 역 정우성과의 애정 연기와 치정에 악에 받치는 연기를 선보이면서 연기자로 힘 있는 발자국을 새겼다. 그 후 10년, 이솜은 다채로운 작품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은 연기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아직도 안 해본 작품, 안 해본 캐릭터가 많아요. 끊임없이 새로운 캐릭터를 찾으려 했고,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그런 욕심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영화 보는 걸 원체 좋아하고, 좋아하는 작품의 종류도 다양했기에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을 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솜은 올 하반기 영화 ‘별빛이 내린다’를 공개하고 ‘탈주’와 ‘출장수사’ 등 이미 촬영해놓고 있는 작품의 공개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부분의 배우가 작품 출연에 난항을 겪은 데 비해 이솜은 오히려 작품이 늘었다. 대체불가한 이미지를 쌓았다는 증거다.
티빙 드라마 ‘LTNS’에서 우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솜. 사진 티빙
“늘 다른 캐릭터를 주셔서 감사하죠. 제게 주시는 이유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다 잘 하진 않았겠지만, 몸을 사라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우진 역도 좀 더 과감하게 움직이고, 내뱉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동의 목표고 한계를 넘는 과정을 지속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