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세계 최강의 공격수’ 유창혁 9단(57)이 한국에 농심백산수배 초대 대회 우승을 선사했다.

유창혁은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 최강전 2라운드 본선 11국에서 일본의 마지막 주자 요다 노리모토 9단을 상대로 21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한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번에 처음으로 창설된 농심백산수배는 1969년 이전 출생 프로기사들이 출전하는 시니어 대회다. 한국에서는 유창혁을 중심으로 조훈현·서봉수·최규병 9단이 출전했다.

유창혁은 전성기 시절 세계 최강의 공격수로 불렸을 정도로 호쾌한 공격 바둑을 구사하며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9단과 함께 ‘사천왕’을 형성했다. 절정에 올라있던 이창호 9단이 1994~1995년 두 번이나 전관왕에 도전했을 때 그 꿈을 좌절시킨 것도 바로 유창혁이었다.

유창혁과 요다는 1966년생 동갑내기로, 전성기 시절 세계 무대에서 팽팽한 승부를 이어온 사이였다. 특히 1996년 11월에 제3회 응씨배와 삼성화재배에서 연달아 결승에서 격돌했는데, 이는 두 대회의 우승 상금을 합쳐 80만 달러 승부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응씨배에서는 유창혁이 요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같은달에 열린 삼성화재배 결승에서는 요다가 유창혁을 누르며 복수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유창혁과 요다의 통산 전적은 9승10패가 됐다.

전성기 시절 세계 최강의 공격수로 불렸던 유창혁답게, 초반부터 시종일관 요다를 몰아붙였다. 한 수 한 수가 일지매의 비수처럼 서늘하게 꽂혔고, 요다는 이렇다 할 반격도 해보지 못하고 끌려만 다니다 끝내 돌을 던지고 말았다.

한국은 23일 먼저 끝난 제25회 농심신라면배에서 신진서 9단이 기적같은 끝내기 6연승으로 우승을 안긴데 이어, 농심백산수배에서도 유창혁이 초대 대회 우승을 따내면서 이번 농심배는 한국 축제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