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진형(29)이 돌아왔다. 이를 악 물고 독하게 준비했다.

강릉고를 졸업한 뒤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진형은 팀의 최근 가을야구 진출 해인 2017년 마운드의 한 축을 책임졌던 선수였다.

그 해 정규시즌 45경기에서 4승4패2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 5.11을 기록했다.

선발로 9경기 1승3패 평균자책 7.17을 기록했다가 불펜으로 보직 변경 이후 36경기 3승1패10홀드2세이브 평균자책 3.18을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에는 2점대(2.17)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구원진을 든든히 지켰다. 롯데는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가을 잔치를 즐겼다.

이랬던 박진형은 2018년에는 부상과 부진으로 13경기를 뛰는데 그쳤다가 2019년 41경기, 2020년 53경기 등을 소화하더니 2021시즌을 마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입대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전역한 뒤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합류해 복귀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군 제대한 선수들이 흔히 그렇듯 박진형 역시 남다른 마음 가짐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군 복무를 수행하는 동안 겪은 경험들이 사무치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박진형의 근무지는 다름 아닌 부산 지하철 3호선의 종합운동장역이었다. 2022년 2월부터 역내 역무실 안에서 근무를 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호출이 오면 도와주는 일을 하곤 했다. 종합운동장역은 부산 사직구장과 가까워 야구를 보러가는 팬들이 종종 이용하는 곳이다.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보러가는 팬들을 볼수 있는 곳이다.

박진형은 “지하철에서 보면 팬들이 엄청 많이 지나다닌다”라며 “사직역은 특히 또 사람이 많아서 종종 지원을 몇번 가곤 했다. 그런데 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다니는 모습을 보면 정신적으로 좀 힘들더라. 그래서 ‘사직역은 못 가겠다’라고 말씀드린 적도 있다. 이해해주셔서 그 뒤로는 사직역으로는 가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팀을 떠난 뒤에도 꾸준히 몸을 만들었다. 새벽에 사직야구장을 들러서 러닝 훈련을 하거나 공을 던지는 등의 훈련을 하고 퇴근 후에는 개인적으로 PT전문샵으로 가서 운동을 했다. 박진형은 “계속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힘들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다보니) 근무할 때는 점심 먹고나서는 잠도 막 쏟아졌다”라고 돌이켜봤다.

이런 시간을 보내다보니 다시 사직구장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제대한 후에는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마무리 캠프에 합류했다.

다시 돌아온 롯데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김유영(LG) 등 동갑내기 친구들도 팀을 거의 떠났다. 박진형은 “다 가고 없어서 조금은 많이 허전하다. 친구가 있는 거랑 없는 건 또 차이가 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감정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박진형은 스스로 “이를 갈고 왔다”고 했다. 마무리캠프에 합류할 때부터 “다 죽었다”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공에 힘을 붙게 하기 위해서 체중도 불렸다. 박진형은 “살도 많이 찌웠었다. 5~6㎏ 정도 불렸다. 그런데 1차 스프링캠프지인 괌에서 뛰고 땀 많이 흘리다보니까 금방 빠지더라”며 “일본 오키나와 넘어오기 전에는 독감에 걸려서 3㎏이 또 금방 빠지더라”며 아쉬워했다.

이런 박진형의 마음을 아는 코칭스태프는 오버페이스가 되지 않게 관리를 하고 있다. 박진형은 “처음에는 주형광 투수 코치님이 무리를 안 시키려고 하시더라. 복귀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무리한다 싶으면 조금 늦춰주시곤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건강해야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사실 박진형이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한 건 발목 부상이 가장 원인이 크다. 투구할 때 축이 되는 발의 발목에 이상이 생기다보니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에 문제가 생겼다. 그렇다보니 딱히 다른 부위에서 큰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님에도 부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박진형은 “안 좋았던 발목 위주로 운동을 많이 했다. 안 아픈 박진형이 되려고 많이 노력을 했는데 봐야한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경쟁 체제도 각오하고 있다. 박진형은 “나도 보여줘야되는 것도 맞고, 잘 하려고 엄청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동료 투수들에게도 “방심하지 말라”면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일단 박진형은 김태형 롯데 감독의 구상에 들어가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를 할 줄 안다. 그래서 필승조로 생각하고 있다”며 “선발들이 시즌 초반에 이닝수가 많지 않을 때 5회나 6회부터도 투입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서러움을 삼켰던 박진형이 자신의 유니폼을 입고 지하철을 타고 사직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