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38)은 지난 28일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강민호는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에서 5번 포수로 선발 출장해 박용택 KBS N 해설위원이 현역 시절 달성한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새롭게 썼다.

이날 경기는 강민호가 데뷔 후 2238경기째 나서는 경기였다.

강민호는 포철공고를 졸업한 뒤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17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2004시즌 1군에서 3경기를 뛴 강민호는 2005년부터 주전 포수로 자리 잡으면서 104경기를 소화하며 데뷔 처음으로 세자릿수 출장 경기 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까지 계속 세자릿수 출장 기록을 세웠다. 100경기를 출전하지 못했던 시즌은 딱 두 시즌이었는데 2009년 83경기, 2014년 98경기로 거의 100경기에 가까웠다.

데뷔 10년 차인 2013년 8월 8일 LG전에선 1000경기, 2022년 4월 3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20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고, 올해도 주전 자리를 지키며 대기록을 작성했다.

강민호의 기록이 더욱 대단한 것은 포수로서 세웠기 때문이다. 포수는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서 가장 체력 소모가 많은 포지션이다.

무거운 장비를 쓰고 쪼그려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면서 투수를 리드해야한다. 박진만 삼성 감독 조차도 “포수가 체력적이 부담이 큰데 지금까지 건강하게 주전 선수로 뛰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나도 선수 때 뛰어봤지만 포수가 체력적으로 엄청 부담이 크다”라며 “그러면서도 최다 출전을 한 것은 다른 포지션에서 최다 출전 한 것보다 몇 배로 더 좋은 걸로 생각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박 감독의 말대로 강민호는 큰 부상 없이 계속 1군 자리를 지키면서 활약을 해왔다.

또한 포수를 가장 기피하는 포지션에서 인기 포지션으로 이끈 선구자이기도 하다.

KIA 포수 김태군은 2013년 한 다큐멘터리에서 “포수는 거지”라고 밝혔다.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데 빛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강민호의 활약으로 이제 이 말을 옛 말이 됐다. 강민호는 명품 포수의 시작을 열었고 양의지가 쐐기를 박으면서 포수 몸값은 이제 ‘금값’으로 치솟았다.

실제로 강민호는 세 차례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롯데 시절인 2013년에는 4년 총액 75억원으로 당시 역대 최고의 규모에 도장을 찍었다.

2018년에는 4년 80억원이라는 조건에 그동안 뛰던 롯데를 떠나 삼성에 몸 담았다. 2021년에는 삼성에 잔류하면서 4년 최대 36억원의 대우를 받았다. 어느덧 삼성과 최근 계약한 4년 조차도 다 채워나가는 중이다.

강민호는 최다 경기 출장에 대해 “거쳐가는 과정”이라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기록을 달성한 뒤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건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기 위함이다.

강민호는 “후배들이 야구를 어느 정도 나이까지 하고 난 다음에 은퇴를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지 않게 하고 싶다. 그런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수명이 길지 않다. 현재 리그 최고령 선수는 1982년 추신수(SSG), 오승환(삼성), 김강민(한화) 등이다. 마흔까지 뛰는 선수가 많지 않다. 40대가 다 되어가면 은퇴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강민호는 후배들에게 ‘더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강민호는 지금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강민호가 출전하는 길이 KBO리그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