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새 에이스 디트릭 엔스가 2번째 등판에서도 완벽한 투구를 이어가며 2승째를 따냈다. 엔스는 29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3-0 승리를 이끌었다. 볼넷을 1개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11개나 잡았다.

4회까지는 퍼펙트 행진이 이어졌다. 매이닝 2개 정도의 삼진을 잡아 나갔다. 5회 최주환의 안타가 나올때까지 엔스의 투구는 완벽했다.

전날 25안타로 18점을 낸 타선이 비교적 잠잠했지만 1-0의 팽팽한 리드를 잘 지켜나마겨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엔스가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칠 수 있는 비밀은 이른바 ‘엘리베이티드 패스트볼(Elevated Fastball)’ 때문이다. 엔스는 이날 경기 뒤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엘리베이티프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 상단으로 공략하려 노력했다. 그게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150km 가까운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꽂아넣는데, 포심의 회전 비율을 효과적으로 가져가면서 비교적 ‘덜 떨어지는 공’을 만들어낸다. 마치 공이 떨어지지 않고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실제로는 덜 떨어지는 것이지만) 느껴지는 공이 엘리베이티드 패스트볼이다.

단순히 스트라이크 존 상단을 공략하는 게 아니라 상단을 향해 ‘덜 떨어지는 강한 속구’를 뿌리는 것이 비결이다. LA 다저스의 강속구 투수 워커 뷸러와는 공략 방식이 살짝 다르다. 뷸러는 덜 떨어지는 엘리베이티드 패스트볼을 존 하단에 꽂아넣는 방식을 즐겨 썼다. 타자 입장에서는 낮은 볼이라고 판단해 방망이를 내지 않지만, 스트라이크 선언이 된다. 뷸러는 초구에 이를 많이 사용했고, 엔스는 결정구로 이를 주로 사용한다.

이날 엔스는 키움 타선을 상대로 삼진 11개를 잡았는데 이 중 5개가 속구 헛스윙 삼진이었다. 위기에 몰렸던 6회말 2사 1,3루에서도 김혜성에게 스트라이크 존 위쪽으로 속구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엔스의 장기가 발휘되는 데는 KBO 공인구의 영향도 있다. KBO 공인구(스카이라인)는 메이저리그 공인구(롤링스)에 비해 조금 더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스는 “손에 잡히는 그립감이 좋고, 심(솔기)도 조금 가늘지만 높아서 손에 잘 걸리는 것 같다. 나와 아주 잘 맞는다”고 말했다. 손에 잘 잡히니까 더 많은 회전을 줄 수 있고, 이는 엔스가 스스로 장기라고 믿는 ‘엘리베이티드 패스트볼’의 위력을 더 강하게 만든다. 엔스는 KBO리그가 딱이다. 하이 존을 속구로 공략하는 투수에게 잠실구장도 딱이다.

엔스는 “한 경기 나설 때마다 그날 최선을 다할 뿐, 특별히 목표를 설정해 두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우승은 하고 싶다”며 웃었다.

엔스는 이날 호투로 시즌 2승째를 거뒀고 시즌 평균자책은 1.50으로 낮췄다. 염경엽 감독은 엔스의 호투에 대해 “1선발 답게 완벽한 피칭을 해 줬다. 2승 축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