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경기에서 롯데는 0-1로 끌려가고 있었다.

선발 투수 애런 윌커슨이 2회 1사 2루에서 김성욱을 상대할 때 땅볼 타구를 1루수 나승엽이 포구 실책을 저질렀다. 2루에 있던 NC 맷 데이비슨은 3루까지 진루했다. 윌커슨은 후속타자 서호철을 2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기존 주자 김성욱을 아웃시켰지만 3루주자가 홈인하는 것을 막진 못했다.

개막 후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던 롯데로서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NC가 뽑아낸 건 단 한 점이었지만 롯데는 좀처럼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5회까지 롯데는 빈타에 시달렸다.

그러다 6회 시원한 한 방이 나왔다. 아웃카운트 2개가 잡힐 때까지만해도 0-1의 불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4번타자 전준우는 이를 그대로 넘기지 않았다. NC 이준호의 4구째 직구를 받아쳤고 이는 중간 펜스를 그대로 넘겼다. 비거리 130m의 큼지막한 홈런이었다.

물꼬가 터지기 시작하자 이후 추가 득점이 나온 건 어렵지 않았다. 상대 투수는 흔들리며 노진혁에게 8구째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줬고 정훈 역시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NC 마운드를 압박했다. 이어 최항의 좌전 적시타가 터지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유강남의 내야안타가 나오면서 3루에 있던 정훈까지 홈인했다.

그리고 롯데는 기나긴 연패를 끊고 2024시즌 첫 승리를 달성했다. 이 모든건 전준우의 한 방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날 전준우는 3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1볼넷 1득점으로 가장 좋은 활약을 했다.

2회에는 2루타, 4회에는 단타, 6회에는 홈런으로 3루타를 제외하고 사이클링 히트에 가까운 기록을 냈다.

전준우의 주장다운 모습이었다.

롯데의 주장은 무게감이 적지 않다. 팀을 이끄는 것은 물론 개인의 성적까지 내야되기 때문이다. 역대 롯데 주장 중 3시즌 이상 주장을 맡은 건 조성환(현 두산코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주장 징크스라는 말도 나왔다. 2019년 손아섭, 2010년 민병헌 등 당시 주장을 맡은 선수들이 다 부진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명맥을 전준우가 이어가고 있다. 전준우는 2021년 처음으로 캡틴 완장을 달았고 2022년에도 주장직을 이어갔다. 2023년에는 이 자리를 안치홍에게 잠시 내줬지만 안치홍이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한화로 이적하면서 다시 전준우에게 완장이 왔다.

전준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번째 FA 자격을 얻었고 4년 최대 47억원이라는 조건에 기분 좋게 도장을 찍으며 잔류했다.

지난 시즌 전준우는 타선의 중심이었다. 전준우는 지난해 팀내 홈런 1위(17홈런)은 물론 100경기 이상 뛴 선수들 중 유일한 3할대 타율(0.312)를 기록했다. 타점도 팀내 1위(77타점), 득점도 1위(80득점)이었다. 팀의 최고참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외야수로서 수비 대신 지명타자로 타격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롯데에서 가장 타격이 강한 선수다. 외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와 함께 타율 0.350으로 5경기 모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김태형 감독에게 첫 승리도 안겼다.

전준우의 가치가 더 높은 건 팀의 중심을 잡는 정신적인 지주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준우의 활약 덕분에 롯데는 반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