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3의 대반란이었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을 단련하며 기다린 끝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 제3의 골키퍼 안드리 루닌(25)이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으로 이끌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18일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2023-2024 UCL 8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영웅은 골키퍼 루닌이었다. 루닌은 이날 맨체스터시티의 유효슈팅 중 무려 8개를 선방으로 막아냈다.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 내내 수세에 몰리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장전까지 간 것 자체가 기적같았다. 루닌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루닌은 승부차기에서도 빛났다. 2번 키커 베르나르두 실바, 3번 키커 마테오 코바치치의 킥을 연속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루닌은 경기 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며 감격해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루닌은 자국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18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10대의 루닌은 곧바로 임대 생활을 했다. 레가네스-바야돌리드-오비에도 등에서 임대로 뛰면서 경험을 쌓았다. 194㎝의 큰 키에 순발력과 안정감에서 장점을 드러내낸 루닌은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와서 조금씩 출전 기회를 얻었다.

올시즌에도 루닌은 3번 골키퍼로 출발했다. 주전인 티보 쿠르투아, 2번 골키퍼인 케파 아리사발라가의 백업이었다. 하지만 쿠르투아가 부상을 당한 가운데 루닌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지형도가 달라졌다. 루닌은 지난해 11월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활약을 이어갔다. 24경기에 출전해 19실점 11경기 무실점을 기록하며 뒷문을 단단히 걸어잠궜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활약이 이어졌다. 라이프치히와의 16강전에서는 무려 9개를 세이브했고, 이날 맨시티를 맞아서도 8개의 선방을 펼치며 승부차기까지 몰고갔고, 승부차기에서도 2개를 막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루닌은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최우수 골키퍼(골든 글러브)에 선정돼 한국 축구팬에게도 낯이 익다. 당시 결승에서 한국과 격돌했던 루닌은 맹활약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오는 6월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이 만료되는 루닌은 올 시즌 활약으로 재계약에 청신호를 켰다.

그는 “열심히 훈련한게 보상 받았다”면서 “레알 마드리드를 도울 수있어 기쁘고, 팀의 지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