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같지 않은 디스토피아 드라마입니다.” (김진민 감독)

어느새 4월도 중순에 접어든 2024년, 지상파와 케이블 그리고 OTT 플랫폼을 망라해 많은 작품들이 ‘영웅’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 달 4일 남다른 능력을 가진 남자의 운명의 로맨스를 그린 JTBC 새 주말극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편성이 잡혔다.

거기에 현금이 있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준호, 김혜준, 김병철, 김향기 주연의 넷플릭스 ‘캐셔로(CAHSHERO)’도 제작을 알렸다. 여기에 또 하나의 화두를 던질 작품이 등장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 ‘무신’ ‘무법변호사’를 거쳐 넷플릭스 ‘인간수업’ ‘마이네임’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의 ‘종말의 바보’다.

일본 인기 원작의 존재 그리고 ‘나쁜 엄마’ ‘연인’ 등으로 지난해 단숨에 안방의 ‘히로인’으로 급부상한 배우 안은진의 존재 그리고 불행한 이슈, 주연 유아인의 마약 혐의로 공개가 무기한 밀렸던 비운도 가졌던 작품이 오는 26일 공개를 결정했다. 작품은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영웅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19일 오후 서울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의 참석한 김 감독은 이 작품의 정체성을 “디스토피아물(부정적인 미래를 상상해 그려내는 작품)”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디스토피아 같지 않은 디스토피아를 그린다”고 정의했다.

드라마는 가까운 미래인 2025년을 배경으로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 예견되고, 한반도 전체와 중국 일부 그리고 일본이 괴멸적인 피해를 입는 상황을 가정했다. 소행성 충돌 200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진세경(안은진), 하윤상(유아인), 우성재(전성우), 강인아(김윤혜) 등 네 친구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종말을 맞이하는 과정을 다뤘다.

김 감독은 “처음 원작과 함께 정성주 작가의 글을 받았을 때 ‘독특한 디스토피아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종말을 맞이하거나, 종말적 상황이 되는 작품은 많지만,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를 향해 나아가는 작품”이라고 설명하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생존투쟁보다는 종말을 맞을 때 ‘나는, 너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어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원작에서는 전 세계적인 종말이 예견되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를 동북아시아에 국한해 표현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정성주 작가님이 위트있게 ‘다 죽으면 드라마가 있을까요’라고 이야기하셔서 그 대답 속에 여러 생각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 드라마는 종말에 앞서 도망가지 않은 사람들의 선택을 다룬다. 지구를 구하는 영웅은 많이 있지만, 스스로를 구원하면서 함께하는 이들과의 결론을 선택하는 것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명 한 명 가치있고 존중할 만하다. 인간으로 품위를 지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작품이 거칠고 오락적인 요소가 많아 영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결국 소소하지만, 마음으로는 큰 영웅들이 나오는 작품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막바지 “보통 작품을 찍다 보면 ‘죽겠다’ 싶은 지점이 한 번씩 있는데 이번 작품은 다섯 번 정도 그런 때가 있었다”며 유아인의 마약 혐의로 인한 공개 지연 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굴곡에서 왔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주연 진세경 역을 연기하는 안은진 역시 “세경이나 성재, 윤상, 인아의 이야기가 크지만, 한 명 한 명 들여다보면 배경이 되는 웅천시민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울림이 있다”며 시청을 부탁했다.

‘종말의 바보’는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소행성 충돌을 200일 남긴 지구에서 종말을 피할 수 없는 인류가 남은 시간 일상을 영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김진민 감독과 함께 ‘풍문으로 들었소’ ‘밀회’ 등을 쓴 정성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작품은 오는 26일부터 총 12부작으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