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양키스 애런 분 감독은 2018년 부임 이후 34차례 퇴장을 당했다. 다소 다혈질에 직설적이며 심판과 부딪히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퇴장만큼은 정말 억울했다.

분 감독은 23일 양키스타디움 홈에서 열린 오클랜드전 1회초부터 퇴장을 당했다. 무사 1루 상황 상대 2번 타자 타일러 네빈의 타석에서 사달이 났다. 분 감독은 더그아웃 안에서 헌터 웬델스테트 주심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앞선 타자 에스테리 루이즈가 몸에맞는공 판정으로 출루한데 대해 분 감독은 타자의 방망이가 돌아갔기 때문에 몸에맞는공이 아닌 스트라이크가 불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판진은 루이즈의 방망이가 완전히 돌지 않았기 때문에 1루 출루가 맞다고 판단했다. 여기까지는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는, 흔히 볼 수 있는 상황.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됐다. 웬델스테트 주심은 분 감독에게 항의를 멈추라고 손짓하더니, 갑자기 퇴장을 지시했다. 더그아웃 쪽에서 욕설이 들렸다는 것이다. 분 감독은 깜짝 놀라며 내가 아니라는 듯 크게 손을 흔들더니 더그아웃 바로 뒤편 관중석을 가리켰다. 자신이 아니라 팬이 욕을 했다는 것이다. 분 감독의 말을 틀리지 않았다. TV 중계 화면에 그가 아닌 한 양키스 팬이 심판을 향해 야유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잡혔다.

분 감독은 곧장 심판에게 뛰쳐가 따지고 나섰지만, 퇴장 판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주심은 분 감독에게 “누가 욕을 했든 상관 없다. 당신은 퇴장이다”라고 말했다. 양키스는 1회부터 감독을 잃었고, 0-2로 패했다.

분 감독은 경기 후 “당황스럽다. 믿을 수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리그 사무국에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긍이 가는 반응이다.

웬델스테트 주심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해명을 내놨다. 경기 후 그는 “더그아웃 쪽에서 욕설하는 걸 듣긴 했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몰랐다”며 “하지만 그가 양키스의 감독이기 때문에 그를 퇴장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분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웬델슈테트는 “분 감독이 아마 욕을 안 한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퇴장 조치는 정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로 퇴장의 근거가 된 감독의 욕설은 없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웬델스테트와 분 감독은 사실 20년도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악연으로 얽힌 관계다. 분 감독이 현역이던 2001년 4월 28일, 웬델슈테트 주심은 신시내티에서 선수로 뛰던 분을 퇴장시켰다. 감독인 밥 분도 퇴장시켰다. 밥 분은 분 감독의 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