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오는 25일 방송하기로 했던 대작 드라마 ‘태왕사신기’(극본 송지나·연출 김종학)가 오는 9월로 방송 일정이 또 연기되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시청자의 불만과 불신은 물론이거니와 방송예정사인 MBC와 타 드라마, 출연자들과 한류에까지 피해를 미치고 있다.

당초 ‘태왕사신기’는 지난해 말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 1, 3, 5월에 이어 이달 25일로 방송 일정을 계속 연기해 가면서 공식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김종학 감독은 MBC에 CG 등 후반작업을 이유로 ‘방영 연기’를 요청했다. 긴급 대책 회의에 돌입한 MBC 드라마국 관계자들은 편성표를 붙들고 끼워 맞추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현재 방송 중인 ‘신현모양처’도 실상은 ‘태왕사신기’ 일정 때문에 긴급 8부작으로 편성된 것이었는데 갑작스레 10부작이 될 판이다. ‘신현모양처’는 완성도 부족으로 끊임없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태왕사신기’를 대신해 편성이 결정된 것은 다음달 중순께 주말극 ‘에어시티’ 후속으로 예정됐던 윤은혜 주연의 ‘커피프린스 1호점’이다. 원래 주말극으로 예정됐던 ‘커피…’였기에 이 자리에는 수애·이정진 주연의 ‘9회말 투아웃’이 유력하다.

모두 외주제작사 드라마인 이들 작품은 방송 예정일보다 앞당겨 전파를 타게 되면서 완성도 부분에서 흠집나지 않을까 신경쓰는 중이다. 파행 편성에 졸속 제작이라는 오명까지 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다.

MBC는 이래저래 ‘태왕사신기’ 하나 때문에 출혈이 크다. 현재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SBS ‘쩐의 전쟁’은 당초 MBC에 노크한 작품이었지만 ‘태왕사신기’와 맞물리는 바람에 타사에 넘어가버려 뒤늦게 아쉬워하는 중이다. 또 국내 최정상급 연출가가 MBC에서의 방영을 염두에 두고 차기작을 준비 중이었으나 최근 계획을 급선회했다. ‘태왕사신기’ 때문에 난항을 겪는 편성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타 방송사로 돌아서 버린 것이다.

한류를 비롯한 국내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 국내 편성 및 제작일정의 오락가락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동시방영에서도 ‘불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NHK방송사 드라마관계자는 7일 스포츠칸과의 전화통화에서 “배용준 주연의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유력한 방송후보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아직 방송을 결정한 바 없으며 상황을 봐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출연진도 고생이다. 문소리의 한 측근은 “당초 1년을 예상하고 드라마에 뛰어들었지만 촬영이 자꾸만 지연되는 바람에 밀려드는 영화계 러브콜을 거절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배우 정진영의 경우 출연하기로 했다가 촬영일정이 계속 미뤄져 결국 출연을 포기하고 말았다. ‘욘사마’ 배용준은 ‘태왕사신기’ 외에는 뚜렷한 작품활동을 않고 있다. 최민수 박상원 윤태영 등 걸출한 배우들도 ‘태왕사신기’만 바라보고 있다.

여의도 방송가에는 ‘태왕사신기’를 둘러싸고 촬영중단과 방송 불투명설 등 온갖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조상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