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일본열도는 한류스타들의 방문으로 뜨거웠다. 같은 ‘한류’라는 이름이지만 ‘팬心’을 잡는 전략은 극과 극이다. 가수 겸 배우로 알려져 있는 안재욱과 류시원이 대표적이다.

▲투철한 한국인 고집

안재욱은 일본에서도 ‘안재욱’으로 불린다. 배용준이 ‘욘사마’, 박용하가 ‘욘하짱’ 등 닉네임으로 불리는 것과는 달리 그의 팬들은 정확한 발음으로 ‘안재욱’을 외친다.

안재욱은 22일부터 ‘재팬투어 2007 1st 트래블링’을 시작, 요코하마에서 화려한 축포를 쐈다.

여타 한류스타와는 달리 그의 공연은 한국어로만 진행된다. 첫인사도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외쳤다. 20곡 이상의 레퍼토리 중 일본어곡은 단 3곡. ‘원조한류’로서 일찌감치 중화권을 점령한 그의 자신감이 배어난다.

무대에 오른 안재욱의 “오늘 공연은 통역 없이 해도 되겠느냐”는 한국어 물음에 관객들은 알아들은 듯 일제히 ‘네’라고 외쳤다. 한류스타에 대한 애정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것. 특히 마지막 앙코르곡 ‘Foever’는 관객들이 한목소리로 따라 불렀는데, 보통 일본인의 한국어 발음이 자유롭지 못함에도 가사와 음절을 정확하게 불러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안재욱은 “한류의 기반은 철저히 한국에 있다”면서 “가령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내한공연에서 팬들이 그녀의 한국어 노래를 기다리겠는가? 아니다. 일본에서 보여주는 내 모습도 마찬가지다. 어색한 일본어보다 자신있고 편안한 본래의 내 모습에 팬들이 더 즐거워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곧 ‘한류’다”고 밝혔다.

그는 농담처럼 “팬들 버릇 나빠질까봐 일본어 공부를 안 한다”면서 “그랬더니 팬들이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가 진행하는 KBS FM ‘미스터라디오’에는 해외팬들이 서툰 한국어로 인터넷 사연을 보내곤 한다.

안재욱은 일본어로 음반을 낼 계획이 전혀 없다. 그의 한류전략은 철저한 한국적 분위기의 고수다.

▲철저한 일본화 전략

류시원은 “한국에서처럼 일본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일본 내 ‘국민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13일 고베를 시작으로 24일 사이타마 슈퍼아레나까지 7회 공연에 총 6만4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류시원의 일본 내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후 일본어로 5곡의 싱글과 4장의 정규앨범을 발매, 각종 차트를 휩쓸었다. 그가 특별 게스트로 5회 정도 등장한 일본 NHK 아침드라마 ‘돈도하레(점점 맑음)’는 류시원 출연분의 시청률이 평소의 2배로 뛰어올랐을 정도다.

류시원은 일본 한류의 선봉장으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 버라이어티쇼 출연이 일본 내 인지도 확보 및 향후 활동 전개에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고 이를 활용하는 중이다. 현지의 문화적 특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받아들인 것. 류시원은 당분간 한국에서 음반을 낼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르다. 그는 “공연과 음반 발매를 꾸준히 진행하고 현지 드라마 등 연기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엔터테이너로서 자리잡아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다”고 장기적인 계획을 밝혔다.

류시원의 공연은 일본어로만 진행된다. 일본어 표현이 생각 안나 머뭇거리면 팬들이 단어를 외쳐줄 정도로 객석과의 호흡이 긴밀하다. 사실 류시원의 가창력이 탁월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공연을 이끄는 스타의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을 따진다면 그의 무대매너는 단연 으뜸이다. 물론 한국어곡도 있고, 그 경우 작사는 류시원이 직접하고 작곡은 한국 뮤지션이 맡는다. 류시원은 한류를 그들의 문화에 가깝고 깊이 있게 파고드는 ‘프로의식’으로 해석한다. 한·일 양국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생각이다.

〈조상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