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일드’ 못지않은 국내산 드라마, 충분히 가능하다.

MBC가 시즌드라마 ‘옥션하우스’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지금은 막을 내린 단막극 ‘베스트극장’의 참신한 시도에 ‘미드식 시즌제’를 결합한 형태로 오는 30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시스템의 혁명

‘미드’ ‘일드’ 마니아들은 “왜 우리는 드라마를 이렇게 만들지 못하느냐”며 “잘 만들면 우리 드라마를 볼 텐데”라고 푸념한다. 일일드라마 외에 미니시리즈와 주말연속극은 주2회 방송이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한 주에 두 편씩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제작여건이 열악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내놓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옥션하우스’는 이런 불합리성을 극복하고자 매주 1회씩 일요일 밤에 방송된다.

박성수 CP는 “미래 방송시장의 주류는 주1회의 시추에이션 드라마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제작 여건을 고려하고 작품의 질, 콘텐츠로서의 의미를 따진다면 과감히 주1회가 표준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2부작의 드라마는 4명의 연출가와 4명의 작가가 함께 만든다. 미술경매시장을 배경으로 매회 다른 에피소드가 전개돼 각 회차에서 시작과 종결을 모두 보여주는 옴니버스형식이다. 연속극 형식을 탈피해, 시청자들의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하다.

첫회 연출을 맡은 김대진 PD는 “주변에서 ‘CSI 같은 거 만드냐’고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면서 “미국·일본에 비해 자본이나 시스템이 턱없는 수준이지만 우리 시장에 맞게 좋은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고 의지를 폈다. 김대진, 손형석, 이정효, 강대선 4명의 연출가 끈끈한 한 팀.

4회를 맡은 강대선 PD는 “연출이 4명이다 보니 시청률이 높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 (내 연출분이) 유난히 낮으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과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은근한 경쟁심도 드러냈다.

일요일 늦은 밤시간이 시청률 측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심야에 20~30대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더 과감한 내용과 형식 표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공존한다.

박성수 CP는 “일요일 밤시간대 시즌드라마의 두번째는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준비하는 중인데, 다른 시즌물 두세 편이 나가는 동안 여유와 계획성 있게 준비해 내년 5월 혹은 9월쯤에 ‘옥션하우스 시즌2’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미드식 시즌제’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뻔한 스토리와 캐스팅은 버려

김혜리, 정찬, 윤소이를 중심으로 주 출연진이 꾸려졌다. 일각에서는 “주인공이 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프렌즈’나 ‘섹스앤더시티’, ‘프리즌 브레이크’ 등 화제의 ‘미드’는 공통적으로 연기력과 캐릭터 중심으로 배역을 선정해 주인공들을 톱스타 반열에 올려놨다. 제작진 역시 “시즌이 거듭하면서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뻔한 러브스토리도 없앴다. 정찬은 “극중 경매사 선후배인 나와 윤소이 사이에 러브라인이 형성될 법도 하지만 ‘멜로는 없다’”며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 성격을 설명했다. 첨예하게 갈라서는 선악구도도 없다. 스타 경매사 김혜리와 신참 윤송이는 갈등을 빚지만 결코 앙숙은 아니다.

김혜리는 “갈등이 있어도 사안에 따라 원근이 달라지듯 괜히 골탕먹이는 유치함은 없고 실제 경매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실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묘사가 어떻게 펼쳐질지가 관건으로 지적됐다.

〈이천=조상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