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낙엽에 가슴이 무너지고 콧잔등을 스치는 바람에 까르르 웃던 고등학교 졸업 무렵, 유일한 소일거리는 영화보기였다.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은 당시 친구들과 어울려 본 영화 가운데 우선 떠오르는 작품이다. 15세 이상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뭔가 아름답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 속 사연은 부담스러운 에피소드로 가득했다. 후반부는 좀 달랐지만.

평온한 가정에 교통사고 인해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두 아이를 잃은 부부는 결국 이혼에 이른다. 불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남편(로빈 윌리암스)이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고,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 아내(아나벨라 시오라)는 자살한다. 그리고 상황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간다. 자살을 한 아내는 지옥에 가게 되고, 천국이지만 아내가 없어 공허한 남편은 아내를 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지옥으로 향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펑펑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눈물을 훔치면서 ‘나는 저렇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런 게 바로 진정한 사랑’인 것 같다.

그리고 감정이 여물지 않았고, 일천한 경험 때문에 영화의 진면목을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가를 알 수 있게 됐다. ‘사랑’이 세상의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생각에 또다시 보고 싶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감미로운 선율에 흠뻑 젖고 싶다.

그 영화 이후로 지금껏 연기파 배우 로빈 윌리암스의 열성팬이다. 그 영화를 통해 삶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모티프를 갖게 됐다는 큰 수확도 얻었다. 그런데 당시와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종내에는 해피엔딩이라 하더라도 극중에서와같은 모진 풍파를 겪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여전히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평온한 삶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랑에 안주하고 싶다. 내가 너무 현실적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