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 스토커 때문에 사람들 앞에 서기가 무서워질 판이다.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의 부인이자 탤런트 이승신이 스토커에게 공격당해 두피 봉합수술을 받았다. 이승신을 폭행한 이 여성은 “스토커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10여년 전부터 김종진의 공연은 물론 그가 참석하는 팬사인회마다 따라다닌, 스토커의 전형이었다. 급기야 23일 오후 공연장 객석에서 남편의 무대를 지켜보던 이승신을 폭행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중이다.

스타들의 스토커 테러 피해사례는 비단 최근 일만은 아니며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방신기의 멤버 유노윤호가 안티팬인 스토커가 건넨 ‘본드가 든 음료수’를 마시고 응급실 신세를 졌다. 지난 2000년에는 그룹 god의 멤버 윤계상도 스토커로부터 ‘음료수 테러’를 당했다. 가수 김창완은 13년간 쫓아다닌 남성스토커에게 폭행당해 코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중견탤런트 김미숙은 무려 17년간 한 여성스토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이 스토커는 1억원을 요구해 지난 9월 공갈미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주거침입과 음란메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가수 이현우는 “여성 스토커가 어떻게 내 집을 알아내서 문을 열고 들어왔는지, 섬뜩했다”고 고백했다. 개그맨 남희석도 당했다. 미남 개그맨 이휘재는 10년간 자신의 뒤를 밟는 스토커 여성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방송인 강병규 역시 수년간 스토커에게 시달렸고, 이 여성이 “강병규가 나의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음란 이메일을 지속적으로 보내자 급기야 지난 8월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개그우먼 이희구는 7년간 극성 스토커에게 시달려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룹 오션의 멤버 오병진은 ‘나체 스토킹’까지 당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화가 먼저 자리잡은 할리우드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일들이다. 캐서린 제타존스가 ‘이승신 피습’과 유사하게 남편 마이클 더글라스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한 여성 스토커로부터 수십통의 협박편지를 받았다. 제타존스를 ‘창녀’라고 부른 협박 편지에는 살인 위협과 함께 구체적인 살해 수법이 적혀 있었으며, 제타 존스가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와 바람을 피웠고 마이클 더글라스와는 돈을 노리고 결혼했다는 주장 등이 담겨 있었다. 제타 존스는 호흡 곤란과 신경 쇠약에 시달렸다.

브래드 피트는 지난 여름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레드카펫 위를 걷던 중 한 여성이 경호원을 뚫고 달려와 끌어안는 봉변을 당했다. 지난 여름 LA갤럭시로 이적해 미국에 살고 있는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스토커는 베컴이 집을 비운 새집에 침입해 아내 빅토리아를 공포에 떨게 했다. 심지어 조디포스터의 스토커는 자신의 애정을 드러내기 위해 레이건 전 대통령을 저격했다.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 그룹 판테라의 기타리스트 다임백 대럴은 스토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는 스토킹 범죄를 중대범죄로 인식하고 강력한 법적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토킹 방지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특정인에게 2회 이상 교제를 요구하는 등의 특정행위로 불안·공포를 유발시킬 수 있는 행위’로 정한 행위규정이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상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