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한 사람을 죽도록 사랑했는데 그 사람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포기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애정공세를 펼치다 희망이 안 보이면 그때 끝낼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그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헛소문을 퍼뜨린 뒤 그의 애인에게 ‘그 사람의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까지 해가며 사랑을 쟁취할 것인가. 만약 당신이 마지막 유형에 속한다면 병원부터 가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로부터 ‘스토커’로 낙인찍혀 경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탤런트 이승신이 남편인 가수 김종진의 한 여성 팬으로부터 ‘테러’를 당한 뒤 ‘연예인 스토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남편의 공연을 보러 간 자리, 그것도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사실 ‘연예인 테러’는 국내든 해외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어쩌면 앞으로 연예인이 존재하는 한 더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신착란증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사회 문화현상 때문이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은 스타를 향한 광적인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된다. 무조건적인 추종이나 몰입이 부른 하나의 일그러진 팬덤(fandom)현상으로, 연예인에 대한 질투와 시샘, 소유욕과 집착에서 생기는 광기의 표현이다.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려는 사고에서 시작되지만 결과는 너무 충격적일 때가 많으며, 그 표현 방법은 허위사실 유포에서부터 납치 및 금품 요구, 협박 및 위해, 심지어는 살인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1970년대 가수 나훈아가 공연도중 테러를 당한 이후, 지난 98년 탤런트 도지원이 두 명의 스토커에게 납치당해 1400여만원을 갈취 당하면서 국내 연예계도 ‘테러의 사각지대’로 빠져들었다. 99년 베이비복스 간미연과 HOT 문희준의 열애설이 불거지자 이에 불만을 품은 한 팬이 면도칼과 함께 혈서로 쓴 협박편지를 보낸 적이 있으며, 2005년엔 영화배우 송혜교에게 2억5000만원을 요구하며 염산 투척을 가하겠다는 협박편지를 보낸 범인이 잡힌 일도 있었다. 방송인 김창완, 강병규, 개그우먼 이희구, 탤런트 김미숙 등이 오랫동안 스토커에게 시달리다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으며, god 윤계상과 동방신기 유노윤호는 팬이 건네준 음료수를 마시고 구토증세를 보인 바 있다. 또한 탤런트 이지현은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탈출하는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 데이비드 베컴, 멜 깁슨, 캐서린 제타 존스, 조디 포스터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늘 스토커들의 위협을 받아오기는 마찬가지다. 1980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광팬에게 살해당한 비틀스의 존 레논, 1989년 팬에게 목숨을 잃은 인기탤런트 리베카 세퍼, 1993년 자신의 매니저에게 살해당한 가수 셀레나 등은 전 세계인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연예인 테러의 대표적인 사건이다.

연예인 테러는 팬과 스토커의 모호한 경계 속에 기습적이고 무방비 상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차단할 방법이 마땅찮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테러로 인해 목숨까지 잃은 연예인은 없다. 다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연예인 테러 사건들이 비극적 결말을 부르는 전주곡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소프트랜드 ENT사업본부 대표, 국제대 매니지먼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