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젊은 연인들에게 군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가장 큰 시련이다. 2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피끓는 청춘들을 갈라놓음으로 해서 돌발상황이 생긴다.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이 세대를 뛰어넘어 ‘워커화 거꾸로 신는다’는 말로 바뀌었지만 정서는 세대를 초월한다.

‘기다리다 미쳐’는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남자와 떠나 보내야만 하는 여자의 사연을 통통 튀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군대를 통해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화하는 청춘남녀들을 그린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군대라는 소재의 특성 때문에 왠지 엄숙하고 어두울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청춘남녀들의 심리를 밝고 유쾌하게 그렸다.

‘러브 액츄얼리’처럼 다층스토리구조인 이 영화는 군입대를 앞둔 네 쌍의 커플들의 사연을 교차해가며 이야기를 진행해간다. 6년 연상연하 커플인 효정(손태영)과 원재(장근석), 인디밴드 선배 민철(데니안)을 짝사랑하는 보람(장희진), 동갑내기 ‘닭살커플’ 진아(유인영)와 은석(김산호), 코믹커플인 비앙(한여름)과 욱(우승민) 등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기다리다 미쳐’에서 생일날 은석의 친구 기성(이기우)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진아, 민철의 마음을 얻기 위해 면회를 가서 하룻밤을 보내려는 보람,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자마자 새 남자친구를 사귀는 비앙의 모습은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에피소드다.

러닝타임 내내 네 커플들이 펼치는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웃고 울다 보면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기다리다 미쳐’는 제작 당시에는 직설적인 제목에 손태영과 장근석 이외에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 신인 감독이라는 외형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아귀가 잘 맞아떨어지는 탄탄한 구성에 감각적인 연출, 젊은 배우들의 열연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연말을 맞은 연인 관객들을 위한 데이트 무비로 안성맞춤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모두 호연을 펼치지만 특히 데니안과 장희진 커플이 가장 돋보인다. 바라만 보는 해바라기 사랑을 하는 장희진의 연기는 잊혀지지 않는다. 우승민과 한여름 커플의 코믹연기도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기다리다 미쳐’는 충무로에서 오랜만에 내놓은 웰메이드 청춘 영화다. 나이 든 세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바로 내 이야기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 것이다.

〈최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