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감독 오우삼)은 우리가 흔히 아는 피로 맺어진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 혹은 간웅으로 알려진 조조가 아니라 삼국지에서 한 에피소드를 담당한 조연에 불과했던 오나라 장수 주유에 관한 이야기다. 트로이 전쟁과 십자군 전쟁과 함께 세계 3대 전쟁으로 꼽히며 삼국지의 수많은 전투 중 가장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했던 적벽에서의 전투를 다루고 있다.

‘적벽대전’은 홍콩을 넘어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오우삼(우위썬) 감독이 18년 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꿈의 프로젝트였다. 이 때문에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고증을 통한 미술과 소품의 디테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오우삼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액션은 여전하고, 여기에 명장들의 끈끈한 우정과 인간미를 강조하며 자신만의 색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특히 ‘오우삼 감독의 페르소나’ 비둘기는 ‘적벽대전’에서도 예외 없이 등장한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주유 역의 양조위와 제갈량 역의 금성무를 비롯해 손권(장첸) 소교(린즈링) 조조(장풍의) 조자룡(후준) 손상향(조미) 등 등장인물들을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과 비교해보는 것도 큰 재미를 준다. 관객 각자의 생각이 크게 다를 수 있어 ‘적벽대전’의 캐스팅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의아함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잘 들어맞는 편이다.

8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적벽대전’은 ‘반지의 제왕’ ‘캐리비안의 해적’과 유사하게 1부와 2부로 완성된 아시아 최초의 사전 동시 제작 시리즈물이다.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다뤘다.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본격적인 싸움에 앞서 벌어지는 작은 전쟁으로 눈길을 끈다. 초반부는 삼국지를 모르는 이들을 위한 등장인물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후반부에서는 거북이 등 모양을 형상화한 거대한 미로가 연상되는 구궁팔괘진은 액션을 기대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 손색이 없다.

다만 이번에 개봉하는 1부와 올겨울에 개봉할 예정인 2부의 연결고리가 탄탄하지 못한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나는 2부의 장면들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겠지만 이번 영화가 관객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기에는 2% 부족한 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