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일을 만날 때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청년의 이미지이지만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눈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이 교대로 튀어나와 더욱 신비로웠다. ‘배우 아니면 뭐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 정도로 그는 뼛속부터 배우였다. 무려 2년을 몰두한 영화 ‘모던보이’(감독 정지우, 제작 K&J)에서 ‘조선 최고의 낭만의 화신’으로 변신한 박해일을 만났다.

- 나와 어울리는 역할? 글쎄요… -

At first(처음에는)=일제 강점기 때 풍류를 즐기고 여자를 좋아하는 조선 최고의 한량 이해명 역을 맡았어요. 시나리오를 받기도 전부터 나에게 정말 딱 어울리는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읽어봤는데 첫 느낌은 “뭐가 나랑 비슷하다는 거지”였어요. 하하하. 전 왜 내가 적역이라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반복해 읽어가면서 저와 비슷한 부분을 찾아갔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더 부담이 됐어요.

- 김혜수 카리스마에 밟힌 기분 -

Charisma(카리스마)=여주인공인 난실 역에 누가 캐스팅될지 저도 무척 궁금했어요. 김혜수 선배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기뻤어요. 해명이 한눈에 반해 모진 고생을 감내하게 되는 이유가 설명될 정도로 매혹적이고 정말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계시잖아요? 촬영을 할 때면 배우들끼리 기싸움이 있기 마련인데 누나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 발로 밟힌 기분이에요.

- 영화와 달리 사실은 ‘춤의 황제’ -

Dance(춤)=예고편에서 춤추는 장면을 보셨다고요? 부끄럽네요. 사실 춤은 잘 추는 편이에요. 리듬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못 추는 설정이어서 정말 힘들었어요.

Easy(마음이 편한)=개봉이 늦춰져 속상하지 않았느냐고? 물론 처음에는 걱정됐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좋은 작품으로 선보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사소한 소품 하나도 신중히 선정했을 만큼 공들여 찍은 영화예요.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 가서 자유이용권을 샀을 때 기분이라고 할까요?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없으실 거예요.

- 뽀글머리 이렇게 편할수가… -

Figure(외모)=촬영 들어가기 전 의상과 헤어를 정할 때 시인 백석씨의 사진을 참조했어요. 파마는 처음 했는데 영화 초반 해명의 경쾌한 모습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처음에 파마한 내 모습을 보니 정말 웃기더군요. 한 5개월 동안 파마 머리로 지냈는데 무척 편했어요. 샴푸하고 드라이만 하면 헤어스타일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더라고요.

- 촬영 없을 땐 아내와 무작정 여행 -

Hobby(취미)=쉴 때는 뭐하냐고요? 전 취미가 특별한 게 없어요. 촬영이 없을 때는 아내와 국내 여행을 다니는 걸 좋아해요. 특별히 계획을 세우기보다 한 사람이 “한번 뜰까?”라고 이야기하면 떠나게 돼요. 부산에서 이틀 정도 회먹고 바다 본 후 대구에 가서 이틀 동안 막창을 먹죠. 그리고 나서 강원도에 가서 나물 좀 먹고 서울로 돌아와요. 아이 소식은 없냐고요? 아직 나이도 어린데요. 하늘이 정해주실 걸로 믿어요.

- 송강호 선배는 정신적 스승 -

Mentor(멘토)=송강호 선배는 정말 제 정신적 스승이시죠.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이세요. 연기밖에 모르시고 연기를 위해 사시는 분이죠. 요즘은 서로 스케줄이 바빠 예전처럼 자주 못 만나요. 가끔씩 문자로 안부를 전하곤 해요. 친한 후배는 역시 류승범·조승우예요. 자주는 보지 못하지만 가끔씩 만나 소주잔을 기울여요.

The times(시대)=우리 영화가 촬영된 후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이 나온 건 알아요. 시대가 주는 매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러나 만드는 사람에 따라 이야기의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이전에 보신 작품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영화가 될 거예요.

- 난 조선 최고 낭만의 화신! -

Who(누구)=내가 어떤 사람이냐고요? 글쎄요. 가장 어려운 질문인데요. 생각하시는 것처럼 4차원이 아닌 아주 평범한 사람이에요. 안 믿어지신다고요? 하하하. 그래요. 솔직히 말할 게요. 저는요~ 저는요~. ‘조선 최고의 낭만의 화신’이에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