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카데미상 중 외국어영화상은 무엇으로 결정될까? 작품성? 당연하다. 그런데 작품성을 인정받으려면 돈, 심사위원들을 위한 시사회 등을 갖기 위한 프로모션 비용이 필요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오는 14일 오후(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의 월셔 그랜드 호텔에서 ‘크로싱’ 프로모션 기금 마련 행사를 갖는 건 이 때문이다.
영진위는 이번 행사에 재미 한인상공인과 문화·종교·인권단체 및 변호사협의회 회원, 아카데미상 수상에 영향을 미치는 골든글로브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주요 언론사 및 영화단체 인사 등 100여명을 초청한다. 영화인 가운데에는 정창화·강제규 감독과 제임스 카이슨 리, 문 블러드굿, 존 조 등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인 2세 배우들이 포함돼 있다.
영진위는 행사를 통해 마련한 기금 전액을 각종 프로모션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크로싱’의 주인공 차인표가 참여, 영화 프리젠테이션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그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출품한 한국영화는 14편이다. 1960~70년대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벙어리 삼룡’ ‘카인의 후예’ ‘독짓는 늙은이’ ‘비련의 벙어리 삼룡’ 등 5편, 1990~2000년대에 ‘마유미’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춘향뎐’ ‘오아시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왕의 남자’ ‘밀양’ 등 9편을 출품했지만 한 편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매년 이 부문에 출품하는 작품은 20~40편. 주최측은 이 영화를 LA와 뉴욕에서 각각 시사회를 갖고, 6000명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중 출품작을 모두 본 사람에게만 심사 자격을 부여한다. 통상 1000명 미만이 참여, 5편을 선정한다. 영진위는 이를 감안, LA·뉴욕 및 기타 지역에서도 '크로싱' 시사회를 갖고 투표 참여 심사위원을 늘릴 계획이다. ‘최근 3년간의 후보·수상작을 검토한 결과 미국 배급사, 장르·소재, 개봉 시기와 전후 마케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 데 기인한다.
‘크로싱’은 탈북가족을 소재로, 한 가족의 이별과 재회를 감동적인 그렸다. 할리우드가 선호하는 보편적 휴머니즘과 아름다운 영상미 등을 지녔다. 내년 2월22일에 열리는 제 81회 아카데미상 후보작은 시상식 1개월 전에 발표된다. ‘크로싱’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는지 기대된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