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중의 남자였다.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감독 여균동, 제작 싸이더스FNH)의 개봉을 앞둔 배우 이정재는 예상대로 지극히 남성적이고 낙천적이며 솔직한 사람이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20대 때 지녔던 날선 신세대 이미지를 벗고 옆집 오빠처럼 편안했다. 말 한마디마다 데뷔 15년차의 연륜이 느껴지는 이정재의 속내를 들어보았다.

Appearance(외모)=데뷔작 ‘크런키’ CF 때와 전혀 안 변했다고요?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요. 하지만 그 거짓말 듣기 정말 좋네요. 사실 남자 배우가 나이를 드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에요. 배우로서 중량감이 생기잖아요. 그러나 역시…어려 보인다는 말은 언제나 기분 좋아요. 하하하.

Basis(기준)=너무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고요? 그렇죠. ‘태풍’이 2005년 말 개봉했으니 햇수로는 3년이네요. 지난해 드라마 ‘에어시티’를 찍기는 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해 더 그렇게 느끼실 거예요. 작품을 보는 기준이 까다롭지는 않아요. 그냥 느낌이 새로운 작품을 고르려 하는데 작품이 잘 안 걸리네요.

Funky(파격적인)=‘기방난동사건’은 이제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독특하고 색다른 영화가 될 거예요. 마포에서 주먹깨나 쓰는 천둥 역할을 맡았어요. 명월향의 최고 기녀 설지(김옥빈)에게 ‘꽂히면서’ 의도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돼요. 컴퓨터그래픽이 무척 많아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어요.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Glamour(매력)=옥빈이는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새살이 나오듯이 여러가지 모습을 갖고 있어요. 처음에 만났을 때는 너무 조용하고 낯을 가리다가 얼마 후에는 아주 씩씩하고 보이시하더군요. 그러더니 영화 촬영에 들어가니 색기 넘치는 기녀로 금세 변했어요. 영화를 보면 김옥빈의 매력에 푹 빠지실 거예요.

Liquor(술)=와인만 마실 것 같다고요? 아니에요. 술의 종류는 가리지 않아요. 음식에 맞춰 먹는 거죠. 요즘 나이 때문인지 주량이 무척 줄었어요. 과거에는 소주 다섯병 마셔도 멀쩡했는데 이제 두병만 먹어도 필름이 끊길 때가 있어요. 영화가 기방을 배경으로 하니까 회식이 무척 많았어요. 주종도 다양했어요. 이원종 선배가 안동소주부터 고창 복분자주까지 페트병으로 싸오셔서 정말 즐겁게 마셨어요.

Scuffle(싸움)=제가 맡은 천둥이가 싸움꾼이어서 액션신이 많아요. 다치지 않았냐고요? 블루스크린 앞에서 찍어서 기존의 액션 연기와는 달랐어요. 고속 카메라로 찍어 주먹을 아주 천천히 갖은 폼을 잡으면서 날려야 했어요. 찍는 모습 메이킹 필름으로 보면 무척 재미있을 거예요.

Tidy(세련된)=제 이미지가 패셔너블하고 세련된 거로 고착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가끔 들어요. 과거에는 지적장애인부터 평범한 공무원까지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어요. 최근 작품 수가 줄어들어 저를 패션쇼나 행사장에서 더 많이 보니까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 다양한 작품에서 더 열심히 연기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Wedding(결혼)=결혼에 대한 생각은 지금 전혀 없어요. 그보다 연애나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가장 친한 친구 정우성을 비롯해 주위에 솔로들이 너무 많아 외롭지가 않아요. 심심할 때 만날 사람이 많으니 절실하지가 않아요. 하하하. 이상형은 내적인 세련미가 있는 여자예요. 내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센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Yoga(요가)=사람들이 저는 늘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는 줄 아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요즘 요가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여자들이 하는 걸 보면서 운동이 될까 의심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헬스클럽의 강좌에 들어갔는데 몇분 만에 온몸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유연성을 기르고 사람이 필요한 근육만 발달시켜준대요.

Zero(제로)=전 스트레스를 안고 살지 않아요. 항상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마음으로 살죠. 오늘 인터뷰 때 한 기자는 20대 때 인기가 그립지 않냐고 물어보더군요. 전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지 않아요. 지금보다 10년 후가 더 행복할 거라고 믿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