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두나의 눈빛이 더 깊어졌다. 가지런히 정리한 앞 머리와 빨갛게 칠한 매니큐어에서 묘한 성숙미가 흘러나왔다.

최근 배두나는 ‘런던놀이’ ‘도쿄놀이’에 이어 사진 에세이집 ‘두나’s 서울놀이’(중앙북스)를 펴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서울 도심의 면면을 사진과 글로 보여준다. 행복한 추억이 있는 서울을 헤집고 다니면서 한층 더 성숙해진 것 같았다.

1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멀티숍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 나온 배두나는 “연기와 사진의 공통점은 정복이 어렵다, 정답이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연기와 사진을 굳이 비교한다면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우연치 않게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죠. 연기를 쉬고 있을 때 감정을 쏟을 곳이 없는데 그때 카메라만큼 좋은 친구가 없어요. 사실 그림을 못그려 어렸을 때부터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을 동경했어요. 내겐 사진을 찍는 일이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셈이죠.”

가족과 일터가 있고 태어나 자란 곳이지만, 런던과 도쿄보다 서울에서의 작업이 훨씬 더 힘들었다고. 그녀는 일상이 담긴 곳을 새로운 풍경으로 찍어야 한다는 것도 버거웠고 홀로서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작업하면서 몇번이나 눈물을 흘렸다는 배두나가 그린 서울은 기대 이상이다. 한남대교에서 바라본 일출, 부암동의 울창한 숲과 백사실 계곡, 전통적인 한옥과 기독교식 건축 양식이 오묘하게 절충된 성공회 건물이 펼쳐진다.

“제 추억과 미처 알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을 하나씩 카메라에 담았어요. 정동길, 이화여고처럼 오래된 서울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았죠.”

이 책에는 배두나가 사적인 공간에서 어떤 일상을 보여주는지도 공개한다. 자전거, 베이킹, 꽃꽂이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진 배두나의 일상을 파파라치 컷 같은 일상 스케치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배우로서는 파격적으로 막 자고 일어나 안경 낀 모습까지 공개했다.

“사실 눈이 무척 나빠 안경을 쓰지 않고는 아무 것도 안보여요. 여배우로서 신비감이 없어진다는 점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책에는 내 솔직한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책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는 의미랄까요. 하하.”

“연기만큼 사진에 큰 매력을 느낀다”는 배두나는 “이제는 카메라와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면서 나중에 또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이젠 본업인 연기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