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인들 중 역술인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모르긴 몰라도 문명왕후(文明王后)일 것이다.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太宗武烈王)의 아내이자,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모후가 되는 문명왕후…. 일반인들에게는 문희(文姬)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김유신의 막내 여동생이다. 집집마다 한 질씩은 꽂혀 있는 역사 위인전기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스토리이자, 무럭무럭 자라나는 꿈 많은 어린아이들에게 매몽(賣夢 : 꿈을 팔다)이라는 개념을 심어준 것이 바로 문희이다.

문무왕이 왕위에 오르니 그의 이름은 법민(法敏)이요, 태종왕의 맏아들이다. 어머니는 김씨 문명왕후이니 소판 서현(舒玄)의 막내딸이며, 유신의 누이였다. 그 맏누이가 꿈에 서형산 꼭대기에 올라가 앉아서 오줌을 누었더니 오줌이 흘러서 온 나라 안에 가득 퍼졌다. 꿈을 깨어 동생과 더불어 꿈 이야기를 했더니 동생이 장난의 말로, “내가 언니의 꿈을 사고 싶소”하고는 비단치마를 값으로 쳐주었다(하략).

- 삼국사기 신라본기 문무왕 즉위년(661)의 기록 중 발췌

맏누이인 아해(阿海 : 보희의 아명)가 꿈을 하나 꾸는데, 기분이 참 더러운 꿈이었다.

“어머 뭐야? 이 나이에 벌써 요실금 걸리는 꿈을 꾼 거야? 틈틈이 케겔운동도 하고, 나름 명기단련 프로젝트에 들어갔는데…. 기분 나쁘네.”

썩어도 준치, 부자 망해도 3년 이랬던가? 아무리 가야가 망했다 하더라도 한때는 왕실가문이었고, 왕따를 당하고 있긴 하지만 신분상으로는 진골귀족 대접을 받던 것이다. 까놓고 말해, 이때까지의… 그러니까 보희가 서라벌을 오줌바다로 만든 꿈을 꿀 시기까지의 보희네 집안, 아니 김서현(金舒玄 : 김유신의 아버지)의 집은 왕따 집안이었다.

“야, 너네 아빠가 너네 엄마 강간해서 결혼했다면서? 너네 아버지 완전 짐승이다.”

“아…아니야. 우리 엄마는 아빠를 사랑한다고 했어!”

“그거야 인생 포기했으니까 그렇지, 원래 여자들이 그렇잖아. 안 돼요~돼요~돼요~돼요 라고. 솔직히 말해 봐. 너네 아빠 지금 전자팔찌 찼지? 글치?”

“아니라니까!”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金舒玄)은 김유신의 엄마 만명(萬明)을 꼬셔서 확 덮쳤던 것이다. 그것도 길바닥에서 말이다. 아무리 청춘남녀가 만나서 마음이 ‘동했다’하더라도 어떻게 길바닥에서 할 수 있었을까? 좋게 말하면, 야합(野合)이고 나쁘게 말하면 김서현의 강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이 김서현과 만명의 신분이다. 일단 김유신과 보희의 엄머 되는 만명 부인의 출신을 말해야겠는데, 그녀… 전통 로열패밀리였다. 갈문왕(葛文王)의 손녀이자 진흥왕(眞興王)의 동생인 숙흘종(肅訖宗)의 딸이었다. 딱 봐도 힘깨나 있는 집 자식이란 느낌이 팍 오지 않는가? 그렇다면, 김서현은 어떤 집안 출신일까?

김서현…, 겉으로 보기에는 나름 괜찮은 집안 출신이다. 그래도 명색이 신라 진골에다가, 아버지인 김무력(金武力)은 전쟁터에서 제법 가오를 잡던 장군이었다. 뭐 여기까지만 보면, 나름 힘깨나 쓰는 무골집안이란 느낌이지만, 김무력에게는 커다란 약점이 하나 있었다.

“너네 할아버지 왕자였다면서? 너네 나라 부도 맞아서 신라에 구제금융 신청했고, 결국 신라에 M&A 당했다던데? 너네 그럼, 모라토리움 집안이네?”

“아…아니야. 전략적으로 합병한 거라고 울 아빠가 말했어.”

“까는 소리 하네.”

그렇다 김서현의 아버지 김무력은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仇衡王 : 구해왕이라고도 한다)의 셋째 왕자였다. 망한 나라의 셋째 왕자. 그 왕자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칼질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었기에 칼을 들고 전장으로 뛰어나갔던 것이다. 이야기는 다음회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