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뺨치는(?) 기네스 감 할머니 축구단이 떴다.

그라운드 데뷔 6개월, 평균연령 56세.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자글자글한 주름, 흘러내린 뱃살을 가진 아줌마, 할머니들이 축구화끈을 질끈 조였다. 경남 산청 생초면의 ‘생초 여성FC’ 축구단이다.

지난 3월 창단, 7월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간 이 축구단은 2001년 태풍 셀마의 피해로 마을이 폐허가 된 후 복구된 동네에 잔디구장이 들어서면서 생겨났다. 몇년 전부터 어려운 마을을 홍보하고, 건강도 챙기기 위해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마침내 올해 29명의 선수단으로 본격 창단했다. 할머니 축구단을 위해 지역출신 축구인들도 힘을 보탰다. 단장을 맡은 민영근씨(61)와 감독 민병훈씨(51), 코치 배인한씨(48) 등은 모두 산청 출신의 아마추어 축구선수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민 단장과 민 감독은 한달에도 몇번씩 산청을 찾아 축구단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남편과 아들(제주유나이티드 박민근 선수), 딸 등 가족 모두가 축구 선수인 김은주씨(50)는 “처음에는 할머니들이 그저 취미와 건강을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 됐다. 출렁이는 뱃살도 쏘옥 들어간 기분이 들고,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축구단은 배 코치가 지옥훈련 못지않은 맹훈을 시키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정기적으로 지옥훈련(?)을 시행하고 있는데 공은 인근 축구단에서 얻은 공식 연습공을 사용한다. 배 코치는 후보인 부인 조잠수씨(48)를 축구 선수로 키우기 위해 특별 가정레슨도 해주고 있다.

산청 생초면은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전국 읍·면 단위 중 가장 많은 78명이 등록돼 있을 만큼 축구의 기가 흐르는 고장이다.

수많은 축구의 아들을 배출한 이 할머니 축구단은 몸은 아직 둥근 공을 못 따라가지만 마음만은 박지성, 차범근이며 상당한 기술도 과시해 관중의 탄성을 자아낸다. 할머니 축구단은 그동안 가진 산청군 의회, 마을 이장단, 유소년 축구단(고봉우 축구단) 등과의 원정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쌓기도 하였다 .

할머니 선수들은 앞으로 라이벌인 이장단 할아버지들에게는 미인계, 만만해 보이는 평균 7세 유소년 축구단에게는 근엄함을 내세워서라도 기필코 1승을 올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한편 한국기네스협회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평균연령 56세가 넘는 여성축구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머니 축구단원 중 최고령자는 64세, 막내는 50세다. 그렇다면 ‘생초 여성FC’는 기네스 감인 셈이다. 프로그램 외주제작사 ‘채널5’가 제작한 할머니 축구단 이야기는 오는 8~9일 오후 10시40분 EBS TV ‘다큐 인’에서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