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신정(新正)은 영화계에서 대목으로 손꼽히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와 1주일여 사이인 데에다 연휴가 구정(설)보다 짧아 개봉일로 택하는 경우가 드물다. ‘기다리다 미쳐’ ‘박하사탕’ ‘태양은 없다’ ‘겨울로 가는 마차’ 등 10여편에 지나지 않는다.

1월 1일 개봉작 가운데 설경구·문소리 주연의 ‘박하사탕’(감독 이창동)은 특별하다. 이 영화는 2000년 1일 0시에 첫선을 보였다. 제작·배급사는 새 천년을 여는 개봉작이란 데 맞춰 1일 0시에 폭죽을 쏘고 강설기로 눈을 날리는 이벤트를 가졌다.

배급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영화는 전국 3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서울 개봉관 스크린은 10여개. 이 가운데 포스트는 종로3가에 있는 피카디리였다. 개봉 이벤트는 이 극장 앞 광장에서 마련됐다. 객석을 가득 메운 1300여명의 관객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다.

2회는 여느 영화와 함께 오전 11시경에 상영됐다. 서울 관객은 29만352명(이하 한국영화연감 기준). 배급사 관계자는 “전국에서 40만여명이 관람,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면서 “관객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결성된 팬클럽(박하사탕을 사랑하는 모임) 도움도 적잖았다”고 회고했다.

‘박사모’는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2005년 1월1일 0시에 ‘박하사탕’을 재상영, 개봉 5주년 행사를 가진 바 있다. ‘밀양’ 보러가기 운동 등도 펼쳤다.

2000년 1월 1일에는 ‘학교전설’도 개봉됐다. 시골 학교로 교환수업을 온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영화다. 신동엽·최지나·전혜진이 최정 등 아역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서울에서 3503명이 관람하는 데 그쳤다.

이밖에 1월 1일 개봉작으로는 ‘기다리다 미쳐’(2008) ‘너에게 나를 보낸다2’(02) ‘태양은 없다’(1999) ‘죽이는 이야기’(98) ‘너에게로 또다시’(91) ‘바람난 도시’(85) ‘유에프오를 타고 온 외계인 남자’(84) ‘너무합니다’(84) ‘겨울로 가는 마차’(82) ‘풍운아 팔불출’(82) ‘어느 여대생의 고백’(80) ‘타인의 방’(80) ‘속·비밀객’(77)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정우성·이정재 주연 ‘태양은~ ’이 32만9778명(서울 기준)으로 가장 성공했고, 허성호·박수정 주연 ‘너에게~ ’는 192명로 참패했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