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내 야구 스타일요? 그것도 하다 보니 생긴 거죠.”

한국프로야구 각종 개인통산 기록을 달고 다니는 삼성 양준혁(40). 그가 통산 홈런기록도 손에 넣었다. 양준혁은 지난 9일 대구 LG전에서 6회 LG 투수 류택현으로부터 좌월 솔로홈런을 뽑아 개인통산 홈런수를 341개로 늘렸다. 장종훈(한화 코치)이 보유하고 있던 통산홈런 340개에서 한 발짝 더 전진한 것이다.

그런데 양준혁은 홈런 신기록을 세우고도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것처럼 말했다.

341호 홈런을 쏘아올린 뒤 “가능하면 홈런을 400개까지는 치고 싶다”면서도 “홈런왕은 장종훈 선배가 아닌가 싶다. 나는 홈런왕을 한 차례도 해본 적이 없고 홈런을 전문으로 치는 타자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겸손해했다.

사실, 겸손을 위한 겸손만은 아니다. 17년 선수생활을 통해 뒤따른 자가 진단이다.

실제 양준혁은 93년 삼성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괴물타자’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그해 홈런 23개로 2위에 오른 뒤로 96년(28개)과 97년(30개)까지 세 차례 홈런 2위에 랭크된 것이 정점이었다. 지난 16시즌 동안 무려 11시즌에서 홈런 10위에 포함됐지만 홈런으로 정상에 서 본적은 없다.

양준혁은 “나는 중장거리 타자로 2루타가 많은 스타일”이라며 지금은 어떤 가치보다 팀에 필요한 선수로 오래 뛰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허벅지 통증으로 지난달 27일부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9일 복귀했지만 부상 탓에 전체 페이스가 떨어질 염려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서 내려가기는 했지만 닷새 정도 조절한 뒤에는 무리없이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었다. 타격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며 복귀 첫날 홈런을 터뜨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양준혁은 홈런 신기록을 세운 것을 기점으로 자신의 야구관에 영향을 미친 지도자들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LG 시절 만난 SK 김성근 감독과 삼성에서 2002년 재회한 김응용 삼성 사장을 거론했다.

양준혁은 “김성근 감독님으로부터는 혼을 배웠다. 선수생활하며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준혁은 지난 2년간 SK전을 할 때면 이따금 SK 선수들의 표정 변화를 흥미롭게 관찰하곤 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에게 젖어든 근성에 대한 얘기였다.

양준혁은 김응용 사장에게는 늘 고마워한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을 적극 표현했다. 무엇보다 2002년 FA로 행선지를 찾지 못하다가 김응용 사장(당시 감독)의 부름을 받고 친정팀으로 유턴한 것을 두고 “김응용 사장님이 여러번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제 양준혁은 홈런 행보에서 벗어나려 한다. 홈런신기록을 세우고 홈인하며 문워크 세리머니까지 했는데 홈런이 띄엄띄엄 나오는 사이 여간 신경이 쓰였던 것이 아니다. 으레 하는 생각이지만 팀성적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어느 것보다 급하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설명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 프로필

△생년월일 1969·5·26

△출신교 남도초-경운중-대구상고-영남대

△투타 좌투좌타

△신장/체중 188㎝·95㎏

△혈액형 O형

△입단 연도/소속 구단 삼성(93년 1차)-해태(99년)-LG(2000년)-삼성(2002년)

△데뷔 1993·4·0 대구 쌍방울전 △주요 수상 경력 신인왕 타격왕(93·96·98·2001년) 안타왕(96·98년) 타점왕(94년) 장타율왕(93·96년) 출루율왕(93·98·2006년) 골든글러브 8회 수상(96~98·2001·2003~2004·2006~2007년) 올스타전 14회 출전(93·95~2007년)

△주요 기록 사이클링 안타 2회(96·2003년) 16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93~2008년) 15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93~2007년) 9년 연속 3할(93~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