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2’와 ‘지 아이 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올 여름 미국 극장가를 달구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사실이다. 두번째 공통점은? 바로 같은 장난감 회사에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이다.

‘변신로봇’을 뜻하는 ‘트랜스포머’는 말 그대로 변신로봇 장난감을 판촉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표명이다. ‘지 아이 조’ 역시 20여년전 ‘지아이 유격대’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들 사이에 날개 돋친듯 팔렸던 장난감의 이름이다. 이들 두 장난감을 생산하는 곳이 미국의 거대 완구기업 ‘하스브로’(Hasbro)다. 1923년 로드아일랜드 주에서 하센필드 형제(브라더스)가 창업했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하스브로’는 본래 보드게임이나 소꿉놀이 장난감을 만들던 회사였다.

이 회사의 첫번째 대박상품이 바로 1962년 출시한 ‘지 아이 조’였다. ‘지 아이 조’는 여자애들이 바비인형을 갖고 노는 모습을 보고, ‘왜 남자애들을 위한 인형은 없나?’라는 점에 착안해 만든 군인 인형이다. 처음에는 군인과 닌자 모양 인형만 만들어졌지만 차차 인기를 끌자 총, 칼 등 무기는 물론이고 인형이 탈 수 있는 탱크, 지프차 같은 비싼 액세서리까지 날개 돋친듯 팔렸다. 48년이 지난 지금도 신상품이 출시 중이다. 완구 판촉을 위해서 1985년에는 ‘지아이조 : 미국의 영웅들’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고(AFKN에서 자주 방송하던 바로 그 만화다), 올해 나온 이병헌 주연의 영화는 ‘지 아이 조’ 시리즈의 두번째 영상화라 할 수 있다.

‘지아이조’와 쌍벽을 이루는 하스브로의 또다른 대표 상품이 바로 1984년 출시된 변신로봇 ‘트랜스포머’다. 본래 이 완구는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개발한 것이었다. ‘다이아트론’ ‘마크로스’ 등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 로봇 장난감을 미국에 수입하면서, 현지 판촉을 위해 ‘트랜스포머’라는 브랜드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그러나 자동차나 비행기, 오토바이로 변신하는 로봇 장난감이 미국에서 ‘대박’이 터지자 하스브로는 자체적으로 변신 로봇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을 차례차례 개발했고, 마침내 20년이 지난 오늘날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로 대박이 난 것이다.

할리우드 양대 블록버스터를 업은 하스브로를 단순한 장난감 메이커로 보면 큰코 다친다. 11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경제위기로 인해 스탠더드 푸어스 지수는 폭락해도 하스브로 주가는 올해도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스브로가 2006년 미국에서 판매한 ‘트랜스포머’ 장난감은 1억달러 어치였지만, 영화 ‘트랜스포머 1편’이 개봉된 2007년에는 무려 4배가 넘는 4억8000만달러 어치를 팔아치운 것이다. 그런데 2009년에는 영화 두 편이 한꺼번에 히트쳤으니, 과연 하스브로가 올 한해 얼마나 많은 ‘트랜스포머’ ‘지 아이 조’ 장난감을 팔아치울지 짐작이 안간다.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완구메이커 하스브로, 그러나 정작 장난감을 하청생산하는 곳은 중국이다. 그리고 20년전 ‘트랜스포머’와 ‘지 아이 조’를 하청생산하던 나라가 바로 일본과 한국이다. 당시 한국 기업인들이 “이깟 장난감 따위”라고 무시하지 않고 꾸준히 만들었다면, 지금쯤 우리도 근사한 액션영화도 만들고 장난감도 파는 ‘일석이조’를 누리지 않았을까.

<재미언론인 이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