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는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등 내로라하는 쟁쟁한 배우들이 관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만들어내는 날건달 동춘 역을 맡은 김인권은 해양구조대 요원 형식 역의 이민기와 함께 관객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광안대교 위에 비오듯 떨어지는 컨테이너박스를 이리저리 피하면서 살아남는 그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실제로 동네를 배회하며 놀고먹는 것에 익숙할 것 같은 김인권을 만났다.

　김인권은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 시트콤을 넘나들며 어떤 역할이든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며 ‘감초 연기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 입대 전까지 ‘나는 왜 주인공이 안될까?’라는 생각과 다시 특별해지고 싶다는 욕심이 컸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입대 1년 후 자신도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연예인보다는 일반인들을 더 자주 만나면서 일부러 힘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또 데뷔 초반 카메라에 비친 망가진 자신의 모습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10년 만에 겨우 떨쳐내고 초월하는 상태가 됐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김인권은 실제로 그럴 것 같거나,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듯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내공을 갖게 됐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말이 될 수 있고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 배우의 매력이자, 소명이죠. 사실 제 외모가 개인적으로는 잘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는 친근해보이지만 출중하지는 않은 편이죠. 그런데 대중은 실력이 뛰어나거나 우수한 이들을 보면 외모에 대한 평가도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관객들이 ‘김인권이 잘 생겼다’는 생각을 할 때까지 연기를 할 생각입니다. 반드시 연기력을 통해 미남의 기준을 바꿔놓겠다는 거죠. (하하)”

　‘천만 관객’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이 눈앞이지만 배우 김인권은 오히려 담담하면서도 겸손한 모습이었다. 영화를 본 일부 관객들은 ‘동춘과 형식이 주연인데 왜 조연이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김인권은 되레 자신을 돋보이게끔 배려해준 선배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했다. 동춘 역에 자신을 적극 추천해줬을 뿐 아니라 촬영이 없어도 늘 촬영장에 나와 후배들을 독려해준 설경구, 촬영보다 더 잦았던 회식을 이끌며 수많은 어록을 남긴 박중훈 등을 비롯한 선배들이 가족이나 친형제처럼 대해주지 않았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선배들은 하나같이 배우로서 삶을 잘 견뎌온 분들이잖아요. 나름대로 위계질서가 있지만 ‘해운대’를 함께 한 이들은 한결같이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분들이죠. 벌써 연기를 한지 10년이 됐지만 오랜 무명시절이 있었던 선배들에 비하면 전 참 운이 좋은 편이에요. 때문에 늘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죠.”

　군 전역 후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영화 ‘숙명’과 ‘마이파더’ 등 매 캐릭터마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인권은 최근 드라마 ‘미남이세요’에 캐스팅됐다. 꽃미남 4인방의 매니저 역할을 맡은 그는 “지금까지 드라마와 영화로 비춰졌던 매니저들과는 달리 일에는 진지하고, 평소에는 유쾌하고 밝은 매니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