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큰 캐릭터는 가라, 완소 캐릭터가 떴다.’

게임 속 여성 캐릭터는 늘씬한 몸매에 비정상적으로 큰 가슴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가상세계인 만큼 개발자의 상상력이 마음껏 발휘된 결과이다. 그러다보니 여성의 외모를 왜곡시켰다는 비난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신작 게임에는 출렁이는 ‘왕가슴녀’가 없다. 실제 현실 속의 연예인 같은 예쁘장한 완소녀가 대세이다. 게임 캐릭터가 실제 친구나 연인 같은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외형이나 미모가 사실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작 온라인게임의 여성 캐릭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슴이 크다거나 노출을 심하게 하는 등 여성미를 과장되게 표현하기보다는 실제 미인에 가깝게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액션 RPG ‘C9’의 여성 캐릭터 샤먼은 앳된 얼굴과 아담한 가슴, 늘씬한 몸매로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뽐낸다. 일부 이용자들은 여성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나 배우 한가인 등을 닮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NHN게임스 C9 캐릭터 디자인팀 김성환 팀장은 “샤먼은 길을 걷다가 한번쯤 지나칠 법한 아리따운 여성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며 “게이머의 상상과 부합하는 이미지를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MMORPG ‘테라’의 하이엘프와 캐스타닉 종족의 여성 캐릭터도 현대 미인형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어 남성 게이머를 설레게 한다. 특히 인형을 들고 있는 소녀 포포리 종족을 비롯해 강인한 외모의 아만, 가냘픈 휴먼 여성 캐릭터 등이 포스터로 공개되면서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게이머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게임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 박현규 게임디자인팀장은 “제작 초기부터 국내뿐 아니라 해외 현지 이용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로 글로벌 미인을 지향하는 캐릭터 디자인을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게릴라 테스트를 진행한 ‘마비노기 영웅전’의 여성 캐릭터도 완소녀다. 속옷차림의 여성 캐릭터 몸매는 볼륨있는 가슴에 탄력있는 S라인으로 TV 광고 모델을 연상시킨다.

체감형 온라인 탁구게임 ‘엑스업’의 캐릭터도 현실적인 신체 비율과 생김새를 갖춘 미모의 스포츠우먼 스타일이다. 엑스업은 이 캐릭터를 이용, 타깃층인 1020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을 패션을 제안하는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사실적인 캐릭터인 만큼 화보 작업이 한결 쉬웠다는 후문이다.

사실적인 완소녀 캐릭터에 대한 게이머의 반응은 뜨겁다. ‘C9’ 샤먼이 처음 소개될 때 게이머들은 빼어난 미모에 이구동성으로 “정말 예쁘다”며 푹 빠졌다. 남자들도 샤먼을 선택해 얼굴·스타일·신체 등을 원하는 대로 바꿔 자신의 분신으로 쓰고 있다. 실제로 3개의 캐릭터 중 샤먼 선호도가 33%로, 전체 이용자 중 86%가 남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남자가 샤먼을 선택하고 있다.

‘엑스업’ 개발사 액토즈소프트의 엑스투 스튜디오 엄재원 대표는 “그래픽 기술이 발달되면서 게임 캐릭터를 더욱 사실적으로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현실에 가까운 캐릭터는 게이머의 감정이입을 최대한 끌어내고 게임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