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이영은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영화계에서는 '실력파 배우'로 통한다. 2000년 김기덕 감독의 '실제상황'으로 데뷔한 후 '봉자' '묻지마 패밀리' '열혈남아' 등에서 좋은 연기를 펼쳤다. 심이영이 올가을 박찬옥 감독의 '파주'로 돌아왔다. '파주'는 형부와 처제의 금지된 사랑을 그린 멜로물. 심이영은 두 사람 사이에 서 있는 언니 은수 역할을 맡았다. 주연은 아니지만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축을 잡아준다. 심이영은 만나자마자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를 물었다. '좀 난해하다'는 답을 내놓자 예상을 했는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만족했어요. 우리 영화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영화가 아닌 거 알아요. 그러나 인물의 감정선에 몰입해보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가을에 딱 맞는 영화가 될 거예요."

심이영은 '파주'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베드신을 촬영했다. '봉자'에서 노출신이 있었지만 몸을 맞대는 연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드신 상대인 남편 중식을 연기한 이선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기다릴 때 너무 떨렸어요. 그때 선균 오빠가 저를 불러 면담을 가졌죠. '괜찮지?'라고 물어봐 '걱정말라'고 하니까 조용히 안아주며 긴장을 풀어주셨어요. 그래도 옷을 벗고 촬영을 준비할 때 너무 떨려 서로의 심장박동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러나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까 하나도 안 떨리더라고요. 아마 내가 아닌 은수가 이미 돼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극중에서 자매로 등장하는 심이영과 서우는 외모도 닮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친자매처럼 가까운 사이가 됐다. 심이영은 서우 이야기를 꺼내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예요. 어찌나 애교가 많은지 함께 있으면 너무 즐거워요. 촬영 전 회식 끝나고 헤어져 돌아올 때 '언니가 우리 언니여서 너무 행복하다"고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너무 귀엽죠? 배우로서도 너무 기대되는 후배예요. 정말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하죠. 제가 그 나이 때 갖지 못했던 면들을 갖고 있었어요."

데뷔한 지 벌써 9년. 심이영은 이제 대중성을 좀더 높이기 위해 일을 좀더 많이 할 예정이다. 드라마든 시트콤이든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이제까지 작품을 고른 건 아니에요. 예술성 위주의 영화로 시작을 했을 뿐인데 너무 그쪽으로만 보시더라고요. 내년에는 정말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부모님이 지난해 출연한 CF를 보고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영화에 아무리 출연했어도 주위에서는 잘 모르잖아요.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내년에는 내 이름을 확실히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글 최재욱·사진 이석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