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희, 김남일, 김보민, 향일암, 윤하눈물, 로또 365, 윤하, 유이, 제주항공, 박수희. 뭐냐고요?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제가 이 칼럼을 쓰면서 만난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입니다.

검색어와 관련된 뉴스를 대강 일별해 봤습니다. 가희는 여성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녀가 비욘세 춤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서 검색어 1위에 올랐네요.

축구선수 김남일은 러시아 프로축구단에 입단했고, 향일암은 대웅전이 화재로 전소됐다는 안타까운 뉴스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중에서 따끈따끈하면서도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는 향일암 화재밖에 없습니다. 대개는 가십거리이거나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뉴스들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채웁니다.

가끔 저는 실시간 급상승어를 보면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쯤으로 사료되는 네티즌의 왕성한 호기심을 만납니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전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서거'라는 단어가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극히 일부분의 예지만 이틀이 멀다 하고 한자투의 어려운 말이 검색어에 오릅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학교와 학원을 번갈아 다니면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우리말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루저 파문 때 루저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건 그렇다치고 이 정도는 알법도 한 단어들의 뜻을 묻기 위해 검색에 나서는 데는 말문이 막힐 때가 많습니다.

인터넷 시대. 저와 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새로운 용어에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 애써야 합니다. 이메일이나 블로그는 그렇다치고 웹 2.0, UCC, 트위터 등 수많은 관련용어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힙니다.

저의 지나친 우려일지도 모르지만 인터넷시대가 우리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나 삼촌, 누나, 엄마, 아빠 등에 대한 존경심을 빼앗아 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어린 시절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이해하기 힘든 단어가 나오면 할아버지나 부모님, 삼촌께 여쭤봤습니다. 그러면 웬만한 대답은 다 들을 수 있었죠. 대답뿐만 아니라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소중한 경험도 내려받았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의 젊은 세대들은 어른들에게 질문하는 법이 없습니다. 왜냐고요? 네이버 지식iN이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숙제를 하다가도 막히면 네이버 지식iN에 물어봅니다. 뭐 얘기를 듣자 하니 대학생들도 네이버 지식iN에 물어서 숙제를 한다고 합니다. 이쯤 되니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모든 숙제나 리포트가 변별력이 없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얘기로 도배가 되고, 네이버가 틀리면 일제히 다 틀린 정보가 전달됩니다.

문제는 존경의 대상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삼촌과 고모, 누나와 형 등이 네이버 지식iN보다 못해진 거죠.

아날로그 세대의 푸념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단절을 부르는 심각한 병폐가 네이버에 숨어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네이버가 억울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음이나 구글, 파란이나 네이트 등보다는 네이버가 대표적인 포털이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등을 메인 창에 배치하는 것은 손님을 더 많이 끌기 위한 전략인 거야 누가 모르겠습니까? 지식검색 등도 좀더 많은 손님을 끌기 위해 부지런히 도서관이나 사전을 옮겨놓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잉친절(?)로 인해 우리가 정작 지켜야 할 미덕을 잃어간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볼 때가 아닐까요? 온 국민이 네이버에 물어보고 있으니 조만간 자꾸만 똑똑해지는 네이버가 대통령에 출마할지도 모르겠네요. 

<준오헤어 대표·한성대 예술대학원 겸임교수>